유럽 재정위기 불안이 가시지 않은 여파로 세계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기업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유럽 문제가 이제 갓 회복세에 접어든 글로벌 실물경제까지 옥죌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지난달 세계 회사채 발행규모가 총 680억달러로 전월 대비 3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유럽의 경우 전달보다 75% 급감한 70억달러에 그치면서 2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은행업계였다.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최근 6주간(4월26일~6월4일) 발행한 은행채 규모가 총 117억달러로 전년 동기(1450억달러)의 1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FT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내 국가부채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은행채 시장이 사실상 폐쇄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은행들이 커버드 본드(선순위 보증부 채권)와 단기자금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도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달 세계 증시에서 상장을 포기하거나 IPO 일정을 연기한 기업 수는 총 23개사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고 딜로직은 밝혔다. 또 주식발행 규모도 유럽의 경우 전달보다 79% 급감했고,미국도 47% 줄었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세계은행은 지난 9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며 내년에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일단 올해와 내년에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개도국의 왕성한 경제활동에 힘입어 2.9~3.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1%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 올해부터 2012년까지 5.7~6.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각국 은행들이 유럽 내 재정불안국인 그리스나 포르투갈,스페인 등에 대한 신용대출을 동결할 경우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0.6%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도국도 선진국들의 투자 감소와 금융비용 증가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경기부양책을 철회할 시점이 왔다"고 발언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여파로 미국 증시는 이날 장중 10,000선 돌파를 시도하다 막판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0.41% 떨어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