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폐기된 변압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입찰담합,변압기 무게 허위작성 등 비리의혹이 제기됐다.

박순자 한나라당 의원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전이 폐변압기 처리를 위한 민간처리업체 입찰과정에서 참여업체들에 골고루 계약건수가 돌아가도록 입찰예정가를 사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원래 변압기에는 열과 전기의 전달을 막아주는 절연유가 포함되는데,절연유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페닐(PCBs)이 인체호르몬 이상을 일으키는 유해물질로 밝혀지면서 우리나라에선 197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한전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PCBs 함유 변압기 처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올해 3월까지 PCBs 변압기 14만대 중 11만대가량을 PCBs 처리기술을 가진 국내 민간업체 3곳을 통해 처리해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이뤄진 6건의 계약 모두 세 업체가 번갈아가면서 한전이 내부적으로 정한 낙찰가 범위 안에 입찰가를 제시했다. 박 의원은 "낙찰가 범위가 비공개이긴 하지만 폐변압기의 종류가 세 가지뿐이고 운송료 등도 예상하기가 어렵지 않아 입찰가는 통상 비슷하게 마련"이라며 "그런데도 계약건마다 한 업체씩 돌아가면서 낙찰가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이 폐변압기를 민간업체에 넘기는 과정에서 무게 기록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의심사례도 있다. 민간업체는 PCBs를 처리하고 남은 폐변압기를 고철로 판 뒤 고철수익비를 한전으로 다시 넘긴다. 때문에 폐변압기 거래는 민간업체엔 처리비를,한전엔 고철 판매비용을 남겨 양자 모두 수익을 얻는 구조다.

정부는 폐기한 처리물의 관련 정보를 전자인계시스템인 '올바로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한전도 이에 따라 지난해 총 27건의 계약에 포함된 폐변압기 무게를 올바로시스템에 입력했는데 박 의원은 실제 무게보다 950t가량 적게 기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바로시스템에는 폐변압기 총 무게가 1만4164t으로 나와 있지만,처리된 변압기의 종류에 따라 실제 무게를 계산해봤더니 1만5113t이 나와 1000t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며 "작년 시세 기준으로 1000t의 고철은 최고 12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이만큼의 분량이 공중에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지난해 이뤄진 27건의 계약 중 10건에서 운송 트럭에 실린 폐변압기의 무게가 계약서에 나와 있는 '600t'으로 딱 떨어진 것도 의구점으로 제기했다. 그는 "법적으로 폐변압기 무게는 한전 내부에서 측정해야 하는데 모두 외부업체에서 계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폐변압기는 같은 종류라고 하더라도 무게차이가 조금씩 나기 마련이어서 계량시에는 기존의 계약서에 나와있는 변압기 거래량과 같을 때까지 무게를 다시 단다"고 해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