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금융위기로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도 퇴직연금은 호주 증시와 금융산업의 버팀목이 됐습니다.”

10일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호주 금융 세미나’에 참석한 앨런 오스터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위기 이후 호주 경제의 빠른 회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1992년 도입되어 지금은 세계 4위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퇴직연금 규모가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오스터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마이클 블라이드 커먼웰스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워런 호간 호주-뉴질랜드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이 참석해 주식시장 기준 세계 7위인 호주 금융산업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자국에 맞는 금융산업 육성책을 일찍 도입해 효율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호주 정부가 금융산업 육성책에 나선 것은 1990년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금융산업이 타격을 받은 끝에 연기금마저 붕괴되면서부터다.이때 공적연금 대신 기업과 금융계가 주도하는 퇴직연금 활성화에 나선 결과 금융산업 활성화와 국민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호주 정부는 모든 회사가 근로자 임금의 일정 부분을 퇴직연금으로 적립하도록 강제하는 한편,퇴직연금 소득에 대한 세율은 일반 소득세율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이렇게 형성된 막대한 자금이 금융산업에 흘러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576억 호주달러)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리츠 시장(782억 호주달러)이 형성되는 등 자산운용업이 크게 성장했다.맥쿼리와 같은 굴지의 글로벌 금융회사가 탄생한 것도 이같은 자금을 토대로 한 결과다.

블라이드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하반기 호주가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듯 호주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라며 “한국의 금융시장과 퇴직연금 시장도 발달하고 있는 만큼 양국 금융산업이 협력할 분야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