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단원·혜원, 조선사람들을 21세기로 데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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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풍속사1,2,3 |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1권 432쪽 2만1000원,2권 344쪽 1만9000원,3권 288쪽 1만8000원
빨래하는 아낙·씨름하는 사내
그림으로 읽는 조선의 삶…
풍속화는 정보·이야기의 寶庫
| 1권 432쪽 2만1000원,2권 344쪽 1만9000원,3권 288쪽 1만8000원
빨래하는 아낙·씨름하는 사내
그림으로 읽는 조선의 삶…
풍속화는 정보·이야기의 寶庫
《조선의 뒷골목 풍경》 《책벌레들,조선을 만들다》 《열녀의 탄생》 등을 쓴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종횡무진 훑으며 풀어놓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새 인문학의 세계에 푹 젖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선풍속사》(전3권)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책에서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을 비롯해 조선시대 화가들이 남긴 풍속화를 통해 그림 자체보다는 조선의 풍속을 읽어낸다. 물론 그림은 미학적 · 미술사적 관점에서 읽어내는 것이 기본이지만 풍속화는 이미 사라진 사회와 인간의 삶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달리 볼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것.그래서 그는 풍속화에 담긴 여러 가지 정보와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1권 '조선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에서는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의 풍속화를 통해 조선의 사회와 사람을 들여다본다. 가령 농사일을 하다 허기를 다스리기 위해 새참을 먹는 일꾼들을 그린 '들밥'을 보자.장정이 일곱명,젖먹이 어린애가 한명,더벅머리 꼬마가 한명,그리고 젖을 먹이는 아낙이 한명 등장한다. 윗저고리를 벗은 채 맨살을 드러낸 장정들은 뙤약볕에서 일했음을 보여준다. 또 큼지막한 밥사발에 비해 반찬그릇이 하나인 것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드러내고,작은 그릇에 담긴 술을 들이켜는 일꾼의 모습은 새참은 곧 술참임도 나타낸다.
그림마다 주석을 달듯 그림 속 인물들의 행동 하나,사물 하나 놓치지 않고 읽어가는 그의 치밀한 해석이 돋보인다. 저자는 "칠월에 화성이 서쪽으로 내려가면 구월에 겨울옷을 준비하네.동짓달 찬바람 쌩쌩 불어오고~"라는 '시경'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들밥은 2000년 하고도 수백년 전인 주나라 때에도 사용된,오래된 역사를 지닌 말"이라고 설명한다.
또 단원의 '씨름'을 보면서는 요즘 씨름과 달리 샅바를 매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허리와 다리에 샅바를 감는 요즘과 달리 허리에는 바를 매지 않고 왼쪽 허벅다리에만 바를 매는 '바씨름'을 했다는 것.씨름에도 오른씨름,왼씨름,바씨름,띠씨름이 있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나무하기,윷놀이,어살,자리 짜기,대장간,편자박기,기와 이기,우물가,빨래터,길쌈,서당,활쏘기 등 다양한 장면을 통해 조선의 일상을 현재에 옮겨 놓는다.
2권 '조선사람들,풍속으로 남다'에서는 단원과 혜원의 그림을 뺀 다른 조선 후기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조선 풍속 읽기를 시도한다. 풍속화가는 단원,혜원에만 주목하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수출화가'로 폄하돼 온 기산 김준근 등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준근의 '엿 파는 아이'는 엿장수의 가위가 적어도 19세기 말에는 있었음을 증명한다. 또 고깃배,옹기장이,절구질,나물 캐기,그네,개백정 등 다양한 조선의 일상이 그림으로 드러난다. 가령 개가 등장하는 풍속화만 해도 김홍도의 '들밥',김득신의 '짚신삼기',이암의 '강아지들',김두량의 '등 긁는 개' 등 다양하다. 이런 개 이야기는 개를 끌고 가는 개백정 이야기,개고기를 요리하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전개된다.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실린 복날 풍속,개장국 이야기를 들어보자.
"개고기를 총백(파의 밑동)과 섞어 푹 찐다. 닭고기나 죽순을 넣으면 맛이 더욱 좋다. 이것을 개장이라 부른다. 혹 국을 끓여 고춧가루를 뿌려 흰 쌀밥을 말아먹기도 한다. 이것을 먹고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 "
3권 '조선사람들,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는 2001년에 낸 '조선풍속사' 시리즈 첫 책의 개정판이다. '혜원전신첩'에 실린 30장의 그림을 풍속으로 읽어낸다. 소복을 입은 양반댁 과부가 개의 짝짓기를 감상하면서 배시시 웃고,그 옆에선 몸종이 민망한 듯 마님의 무릎을 꼬집는다. 양반가의 서방님은 후원에서 젊은 여종의 손목을 끌며 희롱한다. 혜원의 그림에는 이처럼 조선 사람들의 내밀하고도 감춰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림에서 역사와 삶을 읽어내는 저자의 방대한 지적 편력이 탁월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조선풍속사》(전3권)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책에서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을 비롯해 조선시대 화가들이 남긴 풍속화를 통해 그림 자체보다는 조선의 풍속을 읽어낸다. 물론 그림은 미학적 · 미술사적 관점에서 읽어내는 것이 기본이지만 풍속화는 이미 사라진 사회와 인간의 삶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달리 볼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것.그래서 그는 풍속화에 담긴 여러 가지 정보와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1권 '조선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에서는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의 풍속화를 통해 조선의 사회와 사람을 들여다본다. 가령 농사일을 하다 허기를 다스리기 위해 새참을 먹는 일꾼들을 그린 '들밥'을 보자.장정이 일곱명,젖먹이 어린애가 한명,더벅머리 꼬마가 한명,그리고 젖을 먹이는 아낙이 한명 등장한다. 윗저고리를 벗은 채 맨살을 드러낸 장정들은 뙤약볕에서 일했음을 보여준다. 또 큼지막한 밥사발에 비해 반찬그릇이 하나인 것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드러내고,작은 그릇에 담긴 술을 들이켜는 일꾼의 모습은 새참은 곧 술참임도 나타낸다.
그림마다 주석을 달듯 그림 속 인물들의 행동 하나,사물 하나 놓치지 않고 읽어가는 그의 치밀한 해석이 돋보인다. 저자는 "칠월에 화성이 서쪽으로 내려가면 구월에 겨울옷을 준비하네.동짓달 찬바람 쌩쌩 불어오고~"라는 '시경'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들밥은 2000년 하고도 수백년 전인 주나라 때에도 사용된,오래된 역사를 지닌 말"이라고 설명한다.
또 단원의 '씨름'을 보면서는 요즘 씨름과 달리 샅바를 매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허리와 다리에 샅바를 감는 요즘과 달리 허리에는 바를 매지 않고 왼쪽 허벅다리에만 바를 매는 '바씨름'을 했다는 것.씨름에도 오른씨름,왼씨름,바씨름,띠씨름이 있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나무하기,윷놀이,어살,자리 짜기,대장간,편자박기,기와 이기,우물가,빨래터,길쌈,서당,활쏘기 등 다양한 장면을 통해 조선의 일상을 현재에 옮겨 놓는다.
2권 '조선사람들,풍속으로 남다'에서는 단원과 혜원의 그림을 뺀 다른 조선 후기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조선 풍속 읽기를 시도한다. 풍속화가는 단원,혜원에만 주목하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수출화가'로 폄하돼 온 기산 김준근 등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준근의 '엿 파는 아이'는 엿장수의 가위가 적어도 19세기 말에는 있었음을 증명한다. 또 고깃배,옹기장이,절구질,나물 캐기,그네,개백정 등 다양한 조선의 일상이 그림으로 드러난다. 가령 개가 등장하는 풍속화만 해도 김홍도의 '들밥',김득신의 '짚신삼기',이암의 '강아지들',김두량의 '등 긁는 개' 등 다양하다. 이런 개 이야기는 개를 끌고 가는 개백정 이야기,개고기를 요리하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전개된다.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실린 복날 풍속,개장국 이야기를 들어보자.
"개고기를 총백(파의 밑동)과 섞어 푹 찐다. 닭고기나 죽순을 넣으면 맛이 더욱 좋다. 이것을 개장이라 부른다. 혹 국을 끓여 고춧가루를 뿌려 흰 쌀밥을 말아먹기도 한다. 이것을 먹고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 "
3권 '조선사람들,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는 2001년에 낸 '조선풍속사' 시리즈 첫 책의 개정판이다. '혜원전신첩'에 실린 30장의 그림을 풍속으로 읽어낸다. 소복을 입은 양반댁 과부가 개의 짝짓기를 감상하면서 배시시 웃고,그 옆에선 몸종이 민망한 듯 마님의 무릎을 꼬집는다. 양반가의 서방님은 후원에서 젊은 여종의 손목을 끌며 희롱한다. 혜원의 그림에는 이처럼 조선 사람들의 내밀하고도 감춰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림에서 역사와 삶을 읽어내는 저자의 방대한 지적 편력이 탁월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