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銀 금융사고 후폭풍…은행권 PF대출 전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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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다른 지방·시중은행으로 대상 확대
사고 금액 4000억 넘어…은행 손실만 1000억
사고 금액 4000억 넘어…은행 손실만 1000억
경남은행 간부가 법인 인감과 은행장 인감증명서 등을 위조,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돼 4400억원대의 지급보증을 한 초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해 금융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이 입을 피해액만 최소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18개 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PF대출 전반에 대한 정밀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 리스크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동안 시한폭탄처럼 여겨졌던 PF 관련 문제가 마침내 터졌다"며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 검사,PF대출 전체로 확대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0일 "경남은행의 금융 사고를 보고받은 뒤 지난달 13일 검사역 4명을 투입,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경남은행에 대한 검사가 끝나면 다른 은행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의 발단이 PF 대출의 부실에 있는 만큼 금융회사들이 PF대출 부실을 은폐하기 위한 편법을 동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동안 일부 지방은행들이 부실을 감추기 위해 PF사업자에 다른 금융회사 대출을 알선해 주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한동안 PF대출을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지난달부터 이달 초 시중은행 전체를 상대로 은행장 인감 관리 현황에 대한 긴급 실태 조사를 벌였다. 이 결과 경남은행처럼 인감위조 사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은행장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고도 기록을 남기지 않는 등 허술하게 은행장 인감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PF확장이 화근
경남은행의 금융사고는 외형 확대를 위해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하게 PF대출을 늘리다가 터졌다. 서울에서 신탁부 소속으로 근무하는 장모 구조화금융부장(44)은 2005년 경남은행에 스카우트됐다. ABS(자산담보부증권) 설계 분야 등의 전문가로 메리츠증권과 우리은행에서 빼어난 실적을 올렸던 장 부장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당시는 부동산PF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때였다. 장 부장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발생했다. 부동산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PF사업자들이 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장 부장이 취급했던 PF 관련 여신도 문제가 됐다. 이를 덮기 위해 장 부장은 다른 금융회사로 하여금 PF사업자에 대출해 주도록 해 문제된 여신을 상환토록 하는 '돌려막기'를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돌려막기가 한계에 이르렀다. 은행에서도 추가 지급보증을 꺼리자 장 부장은 '사설 은행'을 차렸다. 은행 인감을 위조해 가짜 지급보증서나 확약서를 발급하기 시작한 것.당시가 2008년 10월이었다.
사실이 발각된 지난 4월까지 장 부장은 수시로 가짜 지급보증서를 발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보증 섰던 금액이 현재까지 44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대 금융회사는 서울 소재 유수의 저축은행 10여곳과 캐피털사 등을 포함해 13~14곳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은행은 사고 금액 중 은행이 감당해야 할 피해액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은 "장 부장이 거래 금융회사나 기업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와 공모한 인사가 없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다음 주까지 검사를 끝내고 장 부장과 공모자는 물론 업무처리 책임이 있는 기관에 대해서도 관리소홀 등 이유로 엄중 문책 조치할 예정이다.
◆허술한 관리체계
장 부장이 가짜 지급보증서를 남발하는데도 은행 측은 2년여 동안 이를 몰랐다. 한 캐피털 회사에서 200억원의 돈을 지급 요청한 지난 4월에야 알아차렸다. 장 부장은 지급요청이 들어온 200억원에 대해 무려 8번의 가짜 지급보증서를 발급하는 방법으로 은행을 속여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은행은 "장 부장이 은행에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고 가짜 지급보증서를 남발해 와 지급보증 이행요청이 들어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장 부장으로부터 가짜 지급보증서를 받고 대출해 준 금융회사들이 상당 부분 겹친다"며 이들의 공모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2년여 동안 가짜 지급보증서가 남발되는 걸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에서 이를 몰랐다는 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 부장이 100억원대의 PF대출을 전권을 갖고 취급하는 데도 제어장치가 없었던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남은행은 "이번 금융사고는 장 부장의 명백한 개인비리"라고 못 박은 뒤 "25조원의 자산과 13.2%인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감안하면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금액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객들에 대한 피해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영춘/강동균 기자 hayoung@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