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어제 오후 발사된 지 137초 만에 통신이 두절됨으로써 우주를 향한 재도전에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로호가 연소구간에서 폭발한 것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8월 1차 발사 실패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다시 도전한 결과이고 보면 정말 허망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술진들이 지난 10개월간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음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나로호 프로젝트에 5000억원이상의 예산을 들여 지난 8년 동안 진행해온 힘든 역정이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간 셈이다. 물론 1단 로켓을 제공한 러시아와의 계약이 1,2차 발사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3차 발사를 보장받도록 돼있어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2차 발사에 건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음을 감안할 때 그 아쉬움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우주강국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다시 절감할 수밖에 없다.

실망은 크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실패를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좌절할 일이 아니라 차분히 그 원인을 규명하고 보완해 새로운 도전을 위한 연구성과로 만들어야 한다. 우주선진국들도 처음에는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특히 일본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 우주개발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이번 실패도 원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무엇이 잘못됐으며 부족했는지,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밝혀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과정 자체가 기술의 축적이고 다음 성공의 밑거름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우주개척을 추진해야 할 당위성은 너무나 자명하다. 우주도전은 국가적 위상과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파급되는 경제적 · 산업적 이득,국가안보 차원에서의 강점 등 그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오히려 우주도전의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특히 정부는 세계 7대 우주강국을 내건 만큼 이를 위한 실천계획을 서둘러야 한다. 우주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추진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성원이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우주도전에 국민들의 일관된 지지가 없으면 추진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로호의 재도전도 실패했지만 국민들이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