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공중폭발'] "페어링 분리 확인 안된다" 연구원들 불안한 침묵속으로
10일 오후 4시10분.나로우주센터의 발사지휘센터(MDC).관람석에는 서남표 KAIST 총장,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관계자 60여명이 자리를 메운 채 나로호의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블라인드 틈으로 힐끗힐끗 보이는 MDC 내부엔 25명 연구원들이 입술을 꽉 깨문 채 마지막 발사작업을 컨트롤하고 있다. 시간은 흘러 4시31분,정운찬 국무총리가 MDC에 입장하자 황진영 항우연 정책기획부장이 나로호 발사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나로호를 비춰주고 있는 9개 중앙모니터를 보면서 여전히 초조해 했다. 연신 물을 마셨고 두손을 모아 턱을 괴고 뚫어져라 중앙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후 4시45분. "드디어 발사준비가 완료됐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1분 뒤 자동으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MDC내부는 초긴장감으로 가득찼다. 조광래 항우연 발사체연구 본부장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으로 끊임없이 지시를 내렸고 박정주 항우연 발사체체계사업 단장은 수첩에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적었다.

오후 4시55분,"발사 6분 전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왔다. 이어 "발사 3분 전입니다", "발사 2분 전입니다","발사 1분 전입니다"라는 방송이 연거푸 이어졌다. 초조감과 긴장감으로 MDC 내부는 적막감이 흘렀다. 발사 30초 전이 되자 조 본부장은 입술을 다시 꽉 깨물었다.

마침내 오후 5시1분 나로호가 불기둥을 뿜어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환호성이 나왔다. MDC내부 중앙모니터에도 나로호 발사장면이 비쳐졌다. 연구원들은 다소 안심하며 중앙모니터를 계속 쳐다봤다. 발사 1분 뒤 정 총리가 들어와 성공을 확신하는 듯 환한 웃음으로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나로호 발사의 성공이 점쳐지던 순간 무엇인가 불안한 징조를 보였다. 발사 후 7분12초 쯤 조광래 본부장과 심은섭 우주응용미래기술센터장이 소근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박 단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어색한 상황이 1분쯤 지난 발사 8분24초,나로호와 통신이 두절됐다는 방송이 나왔다.

발사체의 데이터 수신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황진영 정책기획부장은 "페어링 분리부분부터 잡히지 않는다. 전체적인 문제가 있는 건지 조금은 분석이 필요하다"며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인가 잘못돼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MDC 외부는 조금 전까지의 환호성은 사라지고 침묵이 흘렀다. 정 총리도 말없이 MDC에 있는 모니터만 주시했다. 황 부장은 "정확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통신 엔진이 두절된 것은 1단 엔진이 꺼지기 전"이라고 설명했다.

발사 13분39초,조 본부장이 MDC를 나갔다.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통신이 두절돼 아직 궤적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며 거리는 82.8㎞까지는 정상이었다"고 말했다.

발사 14분51초 MDC 내부 연구원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황 부장은 "궤도에만 들어갔다면 2~3일 안에 파악되고 그 데이터를 갖고 교신할 수도 있다"며 "기다려 봐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발사 18분27초 MDC의 블라인드가 내려지고 연구원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나로호 발사현장은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MDC를 떠나면서 "무소식이 희소식 아니겠습니까"라며 "너무 실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통신두절이 됐지만 그래도 노르웨이를 통해 좋은 소식이 오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도 별다른 위로사 없이 바로 MDC를 퇴장했다.

백홍열 전 항우연 원장은 "만감이 교차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우주산업이란 게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발전할 수 있다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이번에 무조건 성공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을 이었다.

이날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세미나실에서도 손에 땀을 쥔 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로호 발사 모습을 지켜보던 연구원 20여명도 발사 직후에는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통신두절 소식에 일순간 굳어진 표정으로 "그러면 위성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라는 등 얘기를 나누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세미나실을 빠져나갔다.

여성 연구원들은 두 손을 마주 잡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임용택 KAIST 대외협력처장은 "우주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은 발사가 성공했더라면 나로호에 실려 우주로 쏘아 올려졌을 과학기술위성 2호의 신호를 감지하고 위성과 교신하기 위한 작업에 매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로호 폭발에 따른 발사 실패 발표가 나오자 곧바로 모든 업무를 마무리한 채 대부분 철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로호 2차 발사 실패와 관련해 "좌절하지 말고 2전3기의 자세로 다음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외나로도(고흥)=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