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주위를 맴돌며 하나부터 열까지 보살피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부른다. 먹는 음식이나 친구관계에 간섭하는 것은 물론 학교에서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달려가서 해결해 준다. 유괴나 교통사고를 염려해 혼자서는 거의 밖에 내보내지 않으며,놀다가 다칠까봐 놀이터의 그네를 없애 버리기도 한다. 아이의 의사와 상관 없이 지속적인 관리와 보호를 통해 위험을 차단한 채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는 걸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로 생각하는 이들이다.

《자유방목 아이들》은 그 반대편에 서서 다소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클 수 있는 기회를 주라고 역설하는 책이다. '헬리콥터 부모' 식으로는 자립심 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어렵다는 걸 조목조목 풀어낸다. 부모가 아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고 앞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한다는 건 가능하지도,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동교육 영상물에 자주 등장하는 유괴예방법에선 '낯선 사람과 절대 말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지만 그보다는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가르치는 게 낫다. 어차피 낯선 사람과 만나는 걸 피할 수 없다면 위험을 알아채고 유괴범을 구별하는 법을 체득시키는 게 합리적이란 논리다.

미국에서 아이들이 낯선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게 성추행 당할 확률이 80~90배 정도 높다는 통계만 봐도 '낯선 사람 무작정 피하기'교육에는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뜻밖의 일로 가득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립심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

책은 '자유방목 14계명'을 여러 사례와 함께 알기 쉽게 풀어가는 식으로 정리돼 있다. '걱정할 때를 알자-친구와 연쇄살인범을 구분하는 법''용감해지자-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들지 말라,그래 봐야 소용없다''쫓아내자-나가 놀든 뭐하든 맘대로 하라고 하라'….

자유롭게 키우는 것이 좋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과잉보호에 익숙해진 부모들이 읽으면 '아,그렇구나'하고 무릎을 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완전 자유방목까지는 몰라도 '진짜 자녀 사랑이 뭔가'를 한번쯤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