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中企에 있다] (3·끝) 꽉막힌 취업도로 인턴으로 우회공략…中企 정규직 전환비율 81%
지방대 출신인 신동선씨(30)는 요즘 정말 살맛이 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해 주위 친지조차 만나는 걸 꺼려했으나 이젠 다르다. 6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거쳐 알짜배기 중소기업인 다산네트웍스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때문이다. 그는 인턴제도 덕분에 다산네트웍스에 취업한 수많은 성공사례 중 하나다.

신씨는 지난해 11월 인턴으로 들어갔을 때만 해도 이 회사를 썩 마음 내켜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인데다 정규직도 아니고 인턴 신분이었기 때문.임금 수준은 다른 중소기업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지만 대기업보다 못했다. 그러나 신씨가 이 회사에 남기로 결정한 것은 회사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해서다. 한창 매출이 늘고 있고 기술력도 다른 경쟁회사에 비해 앞서 있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정규직으로 전환을 희망하게 됐다.

인턴 과정을 통해 알짜 중소기업의 진면목을 알았고 이러한 과정이 결국 훌륭한 직장을 잡는 기회가 됐다. 신씨는 "중소기업은 다양한 업무를 접하기 때문에 자기실력을 쌓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지난달 정규직원이 됐는데 벌써부터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고 자랑했다.

인턴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은 신씨만이 아니다. 이 회사에 신씨와 함께 인턴으로 들어간 9명이 지난달 정식 직원으로 발령났다. 이들은 "실무경험도 충분히 쌓을 수 있고 정규직으로 전환돼 정말 인턴과정 밟기를 잘했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 인턴은 도약대

인턴제도가 젊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인턴을 당연시하는 문화와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청년인턴은 임시 일자리에 불과했다. 마땅한 직장을 잡지 못한 청년 백수들이 갈 데 없어 잠시 시간을 때우다 떠나는 곳으로도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잘만 선택하면 인턴은 곧바로 직장으로 연결된다. 인턴을 통해 신규인력을 뽑는 기업이 부지기수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턴을 통해 구인난을 해소하고 청년들의 실업난을 해소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인턴을 채용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한 결과 96.3%가 '이 제도가 구인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또 응답기업의 97.7%가 '앞으로도 이 제도가 계속 운용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실제로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소기업 인턴기간이 종료된 8685명 가운데 81.2%인 705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는 정부의 당초 목표 전환율 70%를 넘어선 것이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이 높게 나타나자 정부는 지난해 중소기업 청년인턴 3만2860명에게 예산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2만5000명가량의 청년인턴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인턴기회 많다

대기업이나 잘 알려진 은행, 정부 부처에는 인턴이 몰리는 반면 지방기업이나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인턴인력이 많지 않다. 대기업 인턴은 경쟁률이 치열해 들어가기 쉽지 않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인턴으로 들어갈 기회가 열려있는 셈이다. 인턴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그나마 취업에 성공할 판이다.

인턴의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대학가에선 '인턴 고시'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S씨(28)는 취업을 원하는 직장마다 떨어지자 인턴을 취업 돌파구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엇보다 괜찮은 기업엔 인턴 경쟁률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중앙부처 인턴 모집에는 10 대 1을 넘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의 경우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공기업 인턴에도 최고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문제는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가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턴채용이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아직도 공공기관이나 재계에선 인턴 채용을 꺼린다. 채용해 봐야 맡길 수 있는 일이 한정된데다 여기에 따른 비용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인턴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정규직 전환이 확실치 않고 실무 경험을 쌓기보다 단순업무만 반복하다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임시적인 일자리정책의 일환으로 밀어붙이자 형식적으로 인턴을 활용하는 곳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