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관련 보도 사실 아니다" 공식 부인

정운찬 국무총리가 9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여권 인적쇄신에 대한 건의를 하려다 불발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와 총리실은 10일 이른 아침부터 들쑤신 듯했다.

총리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의견을 밝히려 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도전 내지는 '마이웨이'식 독자적 정치행보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대통령과 총리가 지방선거 결과와 정국 운영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고 더 나아가 갈등 요소가 있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는 만큼 정국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문제였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총리실 일각에서 이 같은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억측이 나돌았지만 진원지는 대통령직속 위원회의 고위 인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인사는 9일 낮 기자들과의 비공식 오찬 자리에서 정 총리가 주례보고 독대에서 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정쇄신안을 준비했으나 독대가 불발되면서 보고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가 준비한 국정쇄신안은'선(先) 청와대 개편, 후(後) 대폭 개각'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개각에는 인사검증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은 이미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한 만큼 먼저 교체하는 게 정국 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란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날 정 총리의 주례보고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던 만큼 이 사실을 전해들은 기자들은 오후부터 두 곳을 대상으로 취재에 들어갔고 이 바람에 밤부터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정 총리의 이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는 9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돼 오찬까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 총리는 나로호 발사 상황,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와 관련 선수 및 교민 안전 대책, 하계 홍수 및 재해 안전 대책에 대해 보고했다.

총리의 청와대 주례보고 때는 대통령실장과 수석들이 배석하고 이후 대통령과의 독대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날은 독대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 참모들이 '블로킹'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례보고 때 이 대통령과 정 총리가 차까지 마시면서 환담도 했는데 정 총리가 인적쇄신에 대해 건의하려 했다면 독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주례보고 때 독대는 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있다"면서 "정 총리가 실제로 국정쇄신안을 준비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총리는 대통령이 입장을 구할 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총리실은 10일 발표문을 통해 "일부 언론의 총리 의중과 관련된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이에 앞서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청사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신문을 안 봐서 모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