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규모 금융사고가 확인된 가운데 PF대출을 기반으로 한 건설사들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이 올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면서 은행권 리파이낸싱(차환)이 어려워진 건설사들이 어음 발행으로 급한 자금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ABCP는 개인 등 소매 채널을 통해 소화되는 경우가 많아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10일 신용평가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1월 5429억원에 그쳤던 건설사들의 PF-ABCP 발행액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4월 1조6059억원으로 급증했다. 4월 발행건수는 42건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고,구조조정 이슈가 본격화한 5월에도 GS건설 대우건설 SK건설 한신공영 등이 PF-ABCP를 통해 모두 574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종서 대우증권 구조화금융(SF)부장은 "은행권의 PF 대출한도 축소 등의 여파로 장기 은행대출이 단기 CP로 전환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진 건설사들이 단기자금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 대출을 갚거나 기존 CP를 차환 발행할 때 늘어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발행규모를 늘리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특수목적회사(SPC)가 PF대출을 인수해 이를 담보로 어음을 발행하는 방식인 ABCP는 건설사들이 재무제표 상 부채를 낮추고 단기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만기가 짧은 탓에 만기도래 어음의 차환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순식간에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ABCP는 증권사들이 매입보장 약정을 체결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만기 3개월에 등급이 가장 좋은 'A1'짜리도 발행금리에 0.5%포인트 이상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하는 데도 건설사들은 마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올 들어 발행된 ABCP는 신용등급이 'A2-'인 우량 건설사 물량이 대부분이지만 회사채 'BBB'에 해당하는 'A3+'이하 비중도 늘고 있다. 4월엔 투기등급보다 한 단계 위인 'A3-' ABCP도 200억원어치 풀렸다.

한 증권사 소매채권영업 담당자는 "ABCP는 기관뿐 아니라 '큰 손' 등 개인투자자도 많아 건설사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피해를 떠 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