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구속, 2명 불구속…블랙머니 판 라이베리아인도 구속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1일 아프리카 부유층의 상속 재산을 투자금으로 유치하는데 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이고서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이모(64)씨를 구속하고 최모(48)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올해 1월부터 3개월간 "가나 등 내전이 잦은 아프리카 국가의 부유층이 사망하면서 자녀에게 남긴 재산을 들여와 국내 기업에 투자한다"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서 이를 보고 연락한 백모(52)씨 등 3명한테서 투자비 명목으로 5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영국 유명 은행의 계좌에 이미 미화 2천만달러(한화 250억여원)가 입금돼 있으며 이를 한국으로 이체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면 투자금의 배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국내 모 은행의 지점장이었던 경력을 내세워 피해자들이 믿도록 했으며, 피해자 중 1명도 전직 은행 지점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은 오랜 시일이 지나도 배당금을 받지 못한 백씨 등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자 "먹지를 약품으로 특수처리하면 달러로 변하는 `블랙머니'가 있다"며 오히려 약품 구입비로 3천만원을 더 투자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등은 유엔 난민구호기금으로 조성된 블랙머니를 달러로 바꾸려면 미국대사관에서 특수 화학약품을 사야 한다고 속였지만 피해자가 최근 보도를 통해 사기 사실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당이 말한 영국 은행의 계좌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블랙머니가 달러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을 급습해 이씨 등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씨 등에게 미화 1만2천달러(한화 1천500만원)를 받고 블랙머니 4천500여장을 판 혐의로 라이베리아인 사무엘(29)씨도 구속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