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전문성 부족 인사 선임에 거부감

증권 유관기관에 '낙하산' 인사 관행이 여전한 가운데 상급기관 관료 출신에서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출신 정치인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1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부사장에 내부 인사인 이선재 관리본부장(상무)을, 상근 감사위원에는 김희락 국무총리실 정무기획비서관을 각각 선임했다.

김 감사위원은 대통령 정무수석실 행정관, 삼성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총리실 정무실에서 근무해 왔다.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투자자예탁금을 맡아 운영하는 증권금융의 업무영역과는 거리가 있는 자리들을 거친 셈이다.

한국예탁결제원도 지난 4일 내부인사인 권오문 예탁결제본부장을 전무이사로 승진시키고, 빈 자리에 문형욱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을 임명했다.

이에 앞서 코스콤은 지난 1월 윤석대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전무로,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김덕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상임감사로 각각 선임했다.

증권 유관기관 직원들은 이들 외부 인사가 단순히 외부에서 왔다는 점보다 담당 업무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인이라는 측면에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에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 관료 출신이 임원으로 주로 기용됐으나 최근에는 청와대나 총리실 출신 정치인이 선임되고 있어 전문성에서 더욱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 유관기관 노동조합은 외부 인사의 임원 기용 때마다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해왔다.

한 증권 유관기관의 내부 출신 임원은 "각 기관이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두 자리는 아예 외부에 내주는 것이 관행처럼 돼가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기왕 외부 인사를 받아들일 바에야 좀 더 힘 있는 사람을 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