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유전개발 '보이지 않는 전쟁'] 멕시코만 사태로 '해저 드릴작업' 일단 주춤
영국 석유회사인 BP의 원유시추시설 폭발에 따른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로 석유 메이저들의 해양 유전개발 사업이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규제가 강화되고 원유 유출에 따른 분담금 상한선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켄 살라자르 미 내무장관은 지난 9일 상원 에너지 · 자연자원위원회에 나와 "미국이 심해 유전개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안전성을 확보하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유전개발 금지가 가뜩이나 어려운 고용시장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심해 유전개발 금지와 함께 인근해 유전개발 허용 지연은 에너지 회사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알래스카의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공화당)은 "이번 사태로 멕시코만은 환경오염과 소득 상실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모든 손실을 BP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BP의 생존 가능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다.

캐나다 정부도 뉴펀들랜드주 북대서양 해역에서 해저 2500m의 시추작업을 하고 있는 셰브론에 대한 감독 강화에 들어갔다. 이는 기름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멕시코만의 BP 시추보다 더 깊다. 캐나다 정부는 셰브론이 시추안전감독위원회에 매일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2주에 한 번씩 만나 안전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셰브론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신속대응팀도 구성했다.

이처럼 유전 개발업체에 2중,3중의 안전 장치를 요구하는 것은 일단 기름유출이 빚어지면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만 사태로 국론이 분열될 정도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심지어 오바마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을 문제삼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사건이 터진 이유도 정부 관리의 감독 소홀부터 석유 시추업체의 안전관리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뚜렷한 원인은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8일 NBC TV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와 관련,"누구를 혼내야 하느냐"(whose ass to kick)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BP를 맹렬히 비난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석유회사와 원유시추를 승인하는 연방정부 사이의 오랜 '유착관계'를 뿌리뽑기 위해 연안 시추와 관련된 절차와 규범을 새롭게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원유 유출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의 보상 한도를 현재의 7500만달러에서 100억달러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석유회사들은 예전보다 강화된 조건과 규정을 충족해야 바다에서 유정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는 등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제를 받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경론자들의 거센 반발도 해양 유전개발 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