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2.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16개월 연속 동결됐다.

예금 생활자들은 금리가 오르지 않는 게 불만일 수 있지만 대출을 받고 있거나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금리가 오히려 이익이다.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상품인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대출이 출시되며 금리가 연 3%대까지 떨어졌다.

◆'신규취급액 기준' '잔액 기준' 차이는

코픽스에는 직전 한 달간 해당 은행의 조달금리를 가중평균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해당 은행이 보유한 수신잔액 전체 금리를 가중평균한 '잔액 기준 코픽스' 두 가지가 있다. 현재 코픽스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이 연 2.86%,잔액 기준은 연 4.03%다. 은행들은 이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해 준다. 지금은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가 잔액 기준 대출금리보다 낮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규취급액 기준은 연 3.61~5.01%,잔액 기준은 연 4.18~5.58%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신규취급액 기준 연 3.46~4.88%,잔액 기준 연 4.63~6.05%며 신한은행은 신규취급액 기준 연 4.16~4.56%,잔액 기준 연 4.63~5.63%를 적용 중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3.67~5.17%,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3.87~5.37%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이자가 불어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보다는 변동주기가 길지만 한 달간의 조달금리만 가중평균하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부담하는 이자가 단기간 내 늘어날 수 있다.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은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지만 오랜 기간의 조달금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이 급격히 변해도 금리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상환기간 내에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것 같지 않다고 예상하면 신규취급액 기준을,안정성을 최우선시 한다면 잔액 기준을 선택하는 게 좋다.

◆기존 대출자 갈아타는 게 유리할까

기존의 변동금리형 대출상품은 CD금리에 연동해 이자율을 결정했다. CD 연동 대출상품도 여전히 은행 창구에서 팔리고 있지만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다. 국민은행의 CD 연동 대출 금리는 연 4.20~5.50%로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보다 0.5~0.6%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기존 CD 연동 대출자들은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CD금리가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보다 안정성 있게 움직인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금리가 낮은 대출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코픽스 잔액 기준 대출로 갈아타려면 각 은행별 금리를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CD 연동 대출의 금리가 코픽스 잔액 기준 대출보다 높다. 반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CD 연동 대출 금리가 더 낮다.

은행들은 기존 대출자들이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코픽스 상품 출시 후 6개월까지 유예기간을 줬다. 국민은행 9월16일,신한은행 8월31일,우리은행 9월1일,하나은행은 9월8일까지다.

대출 갈아타기를 할 때는 처음 대출받을 때와 비교해 대출 조건이나 규제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과거에 받았던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금리 상승한다면 고정금리도 고려를

한은이 기준금리를 16개월째 동결했지만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다.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대출이나 CD 연동 대출 등 변동형 대출 이자는 급격히 늘어난다. 이런 점이 염려된다면 고정금리형 대출을 이용해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의 고정금리형 대출 이자는 연 5.62~6.92%며, 우리은행 연 5.91~6.93%,신한은행 연 5.50~6.10%,하나은행은 연 6.23~7.73%다.

2~3년 안에 대출금을 다 갚을 계획이라면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초기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형 대출이 유리하다. 반면 장기적으로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은 고정금리형 대출이 안정적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