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이 상승 국면에 접어든 이후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는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로 군림해 왔다. 해외 악재로 시장이 조정을 받거나 업종별 순환매가 진행되면서 다른 업종이 선전할 때도 전문가들은 변함없이 "IT와 자동차를 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 건설 · 통신 · 유통 등 전통적인 내수주들이 두각을 나타내 향후 어떤 업종이 시장 주도주가 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국내 수요에 기반을 둔 내수주의 약진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과 향후 실적 모멘텀을 고려하면 여전히 IT와 자동차가 유망하다는 관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조정장 탈출 주도株 누구] "이제는 내수주" vs "여전히 수출주"
◆건설 · 통신 · 유통주 약진

코스피지수는 11일 23.64포인트(1.43%)오른 1675.34로 마감했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강하게 상승하며 10,000선을 넘어선 것에 고무된 외국인이 3084억원어치의 주식을 대거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70개가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삼성전자(3.10%) LG디스플레이(2.11%) 등 일부 IT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업종지수의 이번 주(7~11일) 등락률을 살펴보면 내수주들의 상대적 강세가 눈에 띈다. 건설업종 지수는 한 주 동안 4.14% 올라 전 업종을 통틀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유통(3.21%) 통신(1.66%) 업종도 코스피지수 상승률(0.67%)을 웃도는 강세를 보였다. 반면 전기전자 업종은 1.57% 하락했고 자동차는 0.84% 오르는 데 그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주간 매매 종목을 살펴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기관들은 이번 주 들어 LG전자 하이닉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기아차 등을 처분하고 현대건설 KT 롯데쇼핑 SK텔레콤 등 내수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도 LG전자 LG디스플레이 기아차 삼성전기 등 IT · 자동차 대표주들이 올라 있다.

◆향후 주도주 놓고 시각차 커

내수주가 약진하면서 향후 주도주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은 3분기까지는 IT · 자동차 등 수출주가 시장 주도주 역할을 담당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유럽 국가들도 재정 긴축으로 소비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선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IT · 자동차주가 하반기에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오름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 시정의 핵심은 중국이나 한국처럼 재정이 건전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국가들이 내수를 적극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내수주의 상대적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도 "3분기까진 코스피지수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기방어적인 성격을 띠는 내수주 수익률이 수출주보다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선진국 경기 둔화의 골이 생각보다 깊지 않을 것이고 최소한 3분기까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품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출주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내수주가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며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다가오면 실적 모멘텀이 강한 IT와 자동차가 다시 시장의 주도주로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외국인의 업종별 순매수 규모를 보면 전기전자(737억원) 기계(342억원) 철강금속(333억원) 운송장비(272억원) 등 수출주와 금융(356억원) 서비스업(380억원) 유통(282억원) 전기가스(185억원) 등 내수주가 고루 포진해 있어 방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