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직장인들은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인해 건강과 대인관계 등에서 상당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0.8시간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기준인 40시간보다 10시간 이상 많았다.

SC제일은행은 11일 서울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일과 삶의 불균형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가운데 78.3%가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건강과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문제의 형태로는 만성피로가 37.3%(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여가시간의 부재(30.4%) △스트레스 · 우울증(26.8%) △가족과 지낼 시간 부족(25.7%) △대인관계 악영향(16.8%) 등이 꼽혔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경제적 여유 부족(20.8%) △고용 불안(17.2%) △오랜 근무시간(8.5%) △비탄력적인 근무시간(8.4%) △운동 · 교육시간의 부족(6.3%) △상사의 태도(5.5%) 등이 지적됐다. 특히 2008~2009년 금융위기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전체의 4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둘 수 있다'는 직장인은 31.6%로 집계됐다. '서울을 떠날 용의가 있다'는 직장인도 똑같이 31.6%로 나타났다.

일과 삶의 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나 고용주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응답자 중 79.6%가 '고용주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를 위한 조치로는 △주5일 근무제(26.2%) △탄력 근무시간제(17.2%) △유급휴가 확대 실시(12.1%) 등이 제시됐다.

이상적으로 느끼는 일과 삶의 균형은 60 대 40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체감하는 비율은 77 대 23으로 일에 대한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은 주당 평균 50.8시간으로 ILO가 권고하는 기준인 40시간보다 10시간 이상 많았다. 특히 남성 직장인의 업무시간은 52.3시간으로 여성 직장인(48.5시간)보다 3.8시간 길었다. 연령대가 높은 직장인이 연령대가 낮은 직장인보다 더 오래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세 이상 29세 미만 직장인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45.9시간인 데 비해 30~39세는 평균 49.2시간 일했다. 40~49세 직장인은 49.6시간 근무하고 있으며 50~59세는 55.3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모 SC제일은행 부행장은 "이번 조사는 일과 삶의 불균형이 직장인의 건강과 생산성,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기업이 직원들과 지역 사회를 위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