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일 동양시멘트 사장 "동양그룹, 환경·에너지서 새 기회 찾는다"
동양그룹이 '에코너지(econergy · 환경과 에너지)' 전략을 바탕으로 제조업 명가 재건에 나선다.

전상일 동양시멘트 사장은 지난 11일 강원도 삼척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으로 변신해 그룹 내 비금융 사업 부문의 재도약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환경 및 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해 매출을 현재 5000억원 수준에서 2015년에는 1조5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기존 시멘트 사업과 관련해선 "이달 초 신광산을 새로 준공,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석회석을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시멘트업계 최고의 원료 조달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 환경 · 에너지 사업 1조원 창출

동양그룹은 1984년 일국증권(동양종금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보험 선물 자산운용 등 금융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 반면 시멘트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분야는 성장이 더디고 수익성이 낮아 그룹 내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 내부에서 제조업과 금융업 간 균형 성장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 이유다.

변화의 중심에는 그룹의 모태로 15일 창립 53주년을 맞는 동양시멘트가 있다. 전 사장은 그룹의 제조업분야 도약을 위해 환경(eco)과 에너지(energy)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시멘트 사업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여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긴 어렵다"며 "기존 연간 매출 5000억원대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신 폐기물 자원화,폐열발전 등 환경부문 사업과 최근 인수한 골든오일의 유전개발 사업에서 각각 5000억원 등 2015년까지 환경 · 에너지 분야에서 1조원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전 사장은 "그때쯤이면 연간 1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으로 변신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시멘트는 이 같은 중 · 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 기존 폐기물자원화 및 폐열발전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석탄 개발 및 판매 사업 △대체원료 개발 △고형 폐기물 사업 △지역 환경 · 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고품위 골재 생산 사업 등도 추진키로 했다. 기존 폐광산에 있는 유휴 설비 및 부지를 활용한 레저사업 등도 검토 중이다. 캐나다 페루 등 4개국에서 총 26개 광구를 확보하고 있는 유전개발 사업부문에서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삼척 신광산 석회석 3억2000만t매장

수익성이 악화된 시멘트 사업부문에선 안정적이고 값싼 원료 조달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방침이다. 동양시멘트는 이달 초 고품질 석회석 3억2000만t이 매장된 삼척 신광산을 준공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연간 110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동양시멘트가 30년가량 원료로 쓸 수 있는 규모다. 일부 석회석은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에 제철용 원료로 공급할 예정이다. 동양시멘트는 이번 신광산 준공을 위해 인 · 허가부터 개발까지 11년간 1900억원을 투자하며 공을 들였다.

동양시멘트는 특히 신광산 채광 방식을 계단식에서 수직터널 방식으로 전환했다. 채굴된 자원 수송 역시 롤러방식에서 공기부양식으로 바꿨다. 분진과 소음으로 인한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신광산 외에도 인근에서 2억t 규모의 석회석이 매장된 신규 광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전 사장은 "광산 개발 관련 법규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번에 삼척공장이 준공한 신광산은 국내 마지막 대형 광산 개발 프로젝트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시멘트 회사들은 수년 후 국내에서 석회석 조달이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지만,동양시멘트는 수십년간 원료 확보 걱정을 덜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 사장은 간담회를 통해 작년 초까지 25년간 금융전문가로 활동하다 처음으로 제조업체 경영을 맡게 된 소감도 털어놨다. 그는 "문과에서 이과로 넘어 온 느낌"이라며 "금융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삼척=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