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 채무 위기에 다소 익숙해져가고 있는 뉴욕 투자자들은 이번 주에는 물가 움직임을 통해 경기 회복 여부를 가늠해 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통화당국의 목표 인플레이션을 밑도는 현상이 이어지면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디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면 투자를 꺼리고 소비를 줄여 장기간 경제가 활력을 잃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이른바 일본식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저물가 압력이 커지면 세계경제는 소프트패치(경기 상승세 속의 일시적 둔화)에 빠질 수 있다. 오는 16,17일 잇따라 발표되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당수 월가 애널리스트들 중에는 물가 하락 압력과 함께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을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까지 현재의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력적인 경기 회복을 예상했던 딘 마키 바클레이즈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들어 다소 신중한 경기관으로 돌아서는 등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커졌다.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때마다 주식 비중을 덜어내려는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회복 둔화에 따른 투자자들의 자신감 상실과 함께 금융 규제 강화 움직임 등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뉴욕 투자자들은 당분간 신중한 투자행태를 보일 전망이다. BP의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건은 이번 주에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