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캡 리포트] 세미텍…시스템 반도체 비중 50%로 높여 수익 안정
지난 11일 찾은 충북 진천 세미텍 공장.파란색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기계 위에 놓인 반도체 칩을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반도체 칩 위로는 뾰족한 바늘이 빠르게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도체 칩에 선폭이 1㎛도 안 되는 금색 띠가 둘러졌다. 반도체 칩에 전류가 흐르도록 금줄을 연결하는 '와이어본딩' 작업이다. 금색 띠를 두른 이 칩은 노트북과 TV용 LCD패널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 '타이밍 컨트롤러(티콘 · T-con)'로 동영상 화면의 색상에 필요한 색감을 자동으로 뿌려줘 화면의 겹침 현상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LG전자 노트북 · TV의 35%,삼성전자 TV · 노트북의 20%에 세미텍의 티콘이 쓰인다.

◆황금수율 99.98%의 후공정 분야 강자

세미텍은 반도체 후공정 업체다. 미세회로를 새긴 원형의 웨이퍼 원판을 얇게 갈고(백 그라인딩),잘게 자른 뒤(소잉),반도체 칩을 금줄로 연결해(와이어본딩) 완성된 반도체 칩을 만든다. 하이닉스,삼성전자와 티엘아이,윈본드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를 비롯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 75개사가 이 회사의 고객이다.

세미텍이 처음부터 잘나간 것은 아니었다. 2003년까지만 해도 매출 100억원에 불과한 '천수답' 기업이었다. 이런 회사의 체질을 바꾼 사람이 김원용 대표(55)다. 김 대표는 2003년 취임하자마자 품질을 높이기 위해 80억원을 시설투자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과감한 투자의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2008년 세미텍 공장의 수율은 '퍼펙트' 수준인 99.98%로 높아졌다. 매출도 2004년 112억원에서 2005년 326억원,2006년 500억원,2007년 754억원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그러나 2008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이름을 알리던 세미텍은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당시 세미텍의 주력사업은 메모리 반도체로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고객사인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발주량이 급격히 줄면서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에는 매출 632억원에 영업손실 20억원,지난해엔 매출 716억원에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호 · 불황에 관계없이 안정적 성장을 이룰 것인지 고민한 끝에 '시스템 반도체'에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스몰캡 리포트] 세미텍…시스템 반도체 비중 50%로 높여 수익 안정
◆사업 다각화로 올 매출 1000억원 목표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좋고 LCD,LED,3D 디스플레이 등에 고루 쓰이기 때문에 수요가 안정적이다. 또 기존 메모리 반도체 메이커 외에 팹리스 업체를 새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 대표는 2008년 하반기 어렵게 마련한 160억원의 투자비 가운데 70%를 시스템 반도체 관련 장비를 사는 데 투입했다. 이를 통해 30%대였던 시스템 반도체 생산 비중을 지난해 42%로 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던 하이닉스 비중은 40%로 낮아진 대신 70여개 팹리스 업체의 매출 비중은 20%에서 40%로 늘어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올해 1000억원,내년에는 1500억원,2013년엔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세미텍의 새로운 비전도 제시했다. 지금까지 제조자설계생산(ODM)에 머물렀던 사업영역을 벗어나 자체적으로 반도체 칩을 만드는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것.김 대표는 "2013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라며 "올해 초 자체 연구 · 개발(R&D)을 위해 선행개발팀을 꾸린 데 이어 앞으로 R&D 라인을 별도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천(충북)=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