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대학 총장들은 결산보고서를 보고 한숨을 지었다. 대학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대부분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년 주요 대학 총장들의 입가엔 다시 미소가 찾아들었다. 등록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기부금과 부대 수입,전입금(부속병원 등 별도 회계에서 넘어온 돈) 등 부문에서 실적이 좋아져 운영수익과 적립금 규모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악화를 우려한 각 대학 총장들이 직접 발벗고 뛰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입 · 기부수입 최대 세 배 증가

13일 전국 주요 대학들이 홈페이지에 공고한 2009 회계연도(2009년 3월~2010년 2월) 교비회계 결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금 동결의 영향으로 등록금 수입은 대부분 제자리에 그쳤지만 전입 및 기부 금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전입 및 기부 수입을 올린 고려대는 1467억원으로 2008 회계연도(1151억원)에 비해 300억원(27.4%)가량 늘었다. 고려대 관계자는 "지난해 취임 2년째를 맞은 이기수 총장의 적극적인 기부요청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세대도 이 총장과 같은 시기에 취임한 김한중 총장의 노력에 힘입어 제작년 785억원(본교)에서 작년 921억원(17.3%)으로 급증했다.

이 밖에 경희대,이화여대,동국대,건국대,홍익대 등도 10~30%가량 수입이 늘었다. 특히 기업 재단을 둔 중앙대의 경우 2008년(216억원)에 비해 전입 · 기부금이 세 배가량 증가한 621억원에 달했다. 한국외대도 16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수입이 늘었다.

전입 및 기부 수입 증가는 등록금 동결에 따라 재정 악화를 우려한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기부금 유치 등의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란 게 각 대학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밖에 기업과의 산학협력 확대로 발생한 산학협력 전입금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입시수수료 등 교육 부대 수입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가 294억원으로 가장 많은 부대 수입을 올린 것을 비롯해 건국대(221억원) 성균관대(184억원) 고려대(170억원) 중앙대(102억) 등도 10~20%가량 수입이 늘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수시 모집 비중 확대로 수험생들의 수시 지원 횟수가 증가해 입시수수료 수입 등이 늘었다"며 "논문심사료 수입 등 각종 부대 수입도 대체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등록금,전입 · 기부금,부대 사업 수입 등을 모두 합친 총 운영수익(기업의 매출액에 해당)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운영수익이 가장 높은 대학은 고려대로 지난해 총 5473억원의 운영수익을 올렸다. 이어 연세대(4423억원) 성균관대(4198억원) 한양대(3821억원) 경희대(3864억원) 이화여대(3211억원) 중앙대(3179억원) 등이 3000억~4000억원대의 운영수익을 기록했다.

◆비용절감으로 운영차액도 ↑

2008년 경기침체 여파로 마이너스의 당기운영차액(총 운영수익-총 운영비용)을 기록했던 대학들은 지난해 대부분 플러스로 돌아섰다. 운영수익 증가와 함께 대학들이 각종 관리비 등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였다는 게 각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08년 109억원의 당기운영손실을 기록했던 고려대가 지난해 40억원의 운영차액을 올린 것을 비롯해 이화여대 37억원(2008년 -86억원) 홍익대 21억원(-9억원) 등도 운영수익이 운영비용을 넘어섰다.

특히 2003년 취임 후 지금까지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정돈 총장이 이끄는 성균관대와 취임 4년째인 조인원 총장의 경희대는 각각 222억원과 375억원 등 다른 대학보다 10여배나 많은 운영차액을 남겨 대학 운영의 묘미를 보였다는 평가다.

◆적립금 수백억원씩 추가로 쌓아

주요 대학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적립금도 추가로 쌓았다. 가장 많은 적립금을 쌓은 대학은 이화여대였다. 이대는 작년에 쌓은 838억원을 포함,모두 6280억원을 적립해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으로 나타났다. 오는 7월 4년의 임기를 마치는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의 노력에 힘입은 결과라는 게 이화여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밖에 홍익대(4857억원) 연세대(3135억원) 고려대(2305억원) 서강대(968억원) 성균관대(786억원) 등도 100억~700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추가로 쌓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적립금은 건축 · 연구 · 장학 등 용도가 정해져 외부에서 들어오는 돈이며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쌓지는 않는다"며 "해외 유수 대학들도 장기 발전을 위해 국내 대학의 수십배에 달하는 적립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