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국 채권의 투명성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유럽 은행들이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평가 결과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3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는 "유럽연합(EU) 은행들은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 상황이 악화된다 할지라도 추가 자본 조달 없이 위기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은행들은 그동안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남유럽 4개 국가들에 빌려준 2조6000억달러(약 3200조원) 규모의 대출 때문에 시장의 불신을 받아왔다. 유럽 은행들이 어디에,얼마만큼 빌려줬는지 정확한 익스포저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채 리스크'를 갖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 돈을 빌려준 유럽 은행들도 신용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무디스가 유럽 10개국의 주요 은행 30곳을 대상으로 남유럽 4개 국가의 민간 · 공공 부문 대출 규모를 측정해 발표한 이번 조사로 시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무디스는 은행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인 자기자본비율도 조사 대상 유럽 은행들이 평균 9%를 여유 있게 넘어 권고치인 8%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은행들의 대출 규모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이로 인한 신용등급 조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이 같은 무디스의 평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영국 에볼루션 증권의 게리 젠킨스 채권 애널리스트는 "무디스의 평가는 단순한 가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문제 국가'들의 부실 채권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누가 이것을 사려고 하겠느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