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에 대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들은 대체로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한 관계자는 "규제안이 갑작스럽게 발표됐다면 원 · 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충격이 있었겠지만 한 달 전부터 선물환 규제 얘기가 이미 나와 시장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내용도 예상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한국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활동을 규제할 수 없으니까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을 타깃으로 삼는 것 같다"며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간 형평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선물환 포지션 기존 거래분에 예외를 인정해 최장 2년까지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외국계 은행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거래 중 어떤 것을 인정할 것인지 따져봐야겠지만 완충장치를 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가 도입되면 굳이 한국에 지점을 둘 필요가 없어 싱가포르 등 아시아 본부가 있는 곳에서 선물환 수요가 있는 한국의 은행이나 기업들과 직접 거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내 선물환 포지션은 줄어들지 않고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로 손바뀜만 일어나는 셈이어서 정부 규제가 실효성을 잃게 된다.

일부 외국계 은행들은 선물환 규제에 대비해 자본금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자본에는 법정자본금 개념의 '갑' 기금과 선물환 포지션 산출시 자본으로 인정되는 장기차입금 항목의 '을' 기금이 있는데,일부 외국계 은행은 장기차입금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기차입금을 늘려 단기차입을 대체하면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외화 유출입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