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문제는 정부의 조기 예산집행 등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부동산담보가 확보된 비교적 안정적인 곳에만 대출을 하고 담보자산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은 금융회사들의 대출심사기준 강화 등으로 인해 자금 조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은 대체로 부동산자산보다 원자재,재고자산 등의 동산이나 매출채권 등 유동자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마련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착안,법무부는 지난해 11월 '동산 ·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 5월19일 국회 의결을 거쳐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률은 담보등기 시스템 구축 등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 6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법률이 시행되면 금융회사가 마치 부동산 저당권을 취득한 것처럼,동산이나 채권을 담보로 제공 받으면서 그 담보권의 존재를 '등기'하여 대외적으로 공시할 수 있고 담보목적물인 동산이나 채권을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다. 이미 유사한 제도를 도입,시행 중인 미국은 동산 · 채권 등 유동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 전체 대출금액의 20%를 차지할 정도이고,일본도 제도 도입 이후 동산 · 채권 등을 담보로 한 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선 동산 · 채권의 담보등기 이용주체를 법인만으로 한정하고 있으나,우리나라는 법인 이외에 '상호등기를 한 사람'까지 확대했다. 따라서 법인이 아닌 자영업자나 농어민,축산업자 등도 간단한 절차와 저렴한 비용으로 상호등기를 하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자금융통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동산 · 채권 등의 객관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평가기관과 담보목적물을 쉽게 환가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금융회사가 새로운 담보권을 이용한 금융상품을 적극 개발하여 그 이용이 활성화된다면 평가기관이나 담보목적물 환가시장 등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영훈 법무부 법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