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외화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자산과 부채의 차이)을 국내은행에는 자기자본의 50%로,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해선 250%로 제한키로 했다. 또 중소 제조업체를 제외하곤 국산 설비를 사는데 외화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기업의 선물환 거래를 실물거래의 125%에서 100%로 낮추기로 했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해서도 국내 은행들처럼 외화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번 조치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외화의 급격한 유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태에서 단기차입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만으로 우리 경제는 빈번하게 위기설에 시달려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 상황에서 외화차입의 70%가 넘는 단기 차입금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지적된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10위권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이처럼 외화에 휘둘리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과도한 선물환이나 투기성 외화차입은 진작 규제했어야 마땅하다. 대외개방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후퇴가 아닌 최소한의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외은지점의 단기 차입을 직접 규제하자는 주장도 없지 않았지만 이는 국제적으로 논의중인 은행 부과금과도 연관돼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외화차입비용을 높여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소지도 크다.

다만 이번 조치로 외은지점이 시장에서 달러를 회수함으로써 외화유동성이 압박을 받거나 기업들의 정상적인 환헤지가 차질을 빚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상적인 외화자금의 유입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의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