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CGV용산이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지난 12일 오후 8시부터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을 보려는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4개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즐기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CGV는 이날 용산뿐만 아니라 전국 205개 스크린에서 약 5만장의 입장권을 팔았다. 원래 160개관에서 중계할 계획이었지만 주문이 밀려 스크린 수도 늘렸다. 106개 스크린에서 중계한 롯데시네마를 비롯 씨너스(70개) 메가박스(44개) 프리머스(6개)도 빈자리가 없었다.

이날 전국 멀티플렉스에서 중계를 지켜본 관객은 1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1인당 1만원씩 10억원의 매출이 일어났다. 극장들은 2006년 독일월드컵 때에도 일부 중계했지만 그때는 무료 이벤트였다. 유료 입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 중계가 멀티플렉스의 새로운 관객 창출로 이어진 것이다.

이규 프리머스시네마 대표는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전이 열렸을 때 극장이 텅 비었던 것을 고려하면 월드컵 중계가 얼터너티브(대체) 콘텐츠로 완전히 성공했다"고 말했다.

극장 측은 월드컵 중계 덕분에 평균 좌석점유율 30% 안팎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월드컵 중계의 관객점유율은 높지만 휴식시간을 포함해 일반영화보다 30분~1시간 정도 긴 3시간의 블록을 차지한다. 그러나 하루 매출은 평소보다 평균 10~20%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극장보다 입장료가 비싼 데다 17일 아르헨티나전에는 3D상영관을 더 늘리기 때문이다.

23일 나이지리아전은 새벽 3시30분에 열리는 만큼 관객이 줄 것으로 보이지만 평소 영업하지 않는 시간대란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셈이다. 월드컵 경기 티켓가격은 17일 2D 1만원,3D 1만5000원이며 23일 경기는 심야시간을 고려해 2D 7000원,3D 1만원이다.

이동호 롯데시네마 이사는 "앞으로도 다른 스포츠 종목과 공연 등 얼터너티브 콘텐츠를 적극 선보일 계획"이라며 "영화관이 단순한 영화 상영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복합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