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사상 최악의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통화까지 했으나 앙금이 남아 있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영국 언론들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BP를 공격하는 맹목적인 애국주의 수사법을 쓰는 가운데 영국 최대 기업의 재산이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BP의 대응과 관련해 캐머런 총리에게 오바마 대통령과 더욱 확고히 맞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사고를 일으킨 BP의 주가는 지난 10일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BP 경영진을 겨냥해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다"고 비난하고 예상치 못한 비용마저 청구한 탓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다음 날인 11일 BP를 지원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대응했고,BP 주가는 7.2% 반등했다.

이렇게 양국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조짐이 나타나자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캐머런 총리와 30분간 전화통화를 하며 진화에 나섰다. BP를 맹비난한 것은 영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BP는 다국적 글로벌 기업"이라며 "원유 유출 사태에 대한 불만은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y)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BP도 미국 정부에 불만이 쌓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P의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와 칼 헨릭 스반베리 회장이 오는 16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사고 수습 방안을 협의키로 한 것은 미국 정부와의 '휴전 맺기'라고 전했다.

BP가 사고 수습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배당금 지급을 보류하려는 것도 휴전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BP가 원유 유출 확산에 따른 방제 및 피해 보상 비용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50억~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