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지자체장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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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가장 지루했던 때로 초 · 중 · 고 시절 조회시간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와 '마지막으로'가 되풀이되던,끝났나 싶으면 다시 계속되던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이후 윗사람과의 회의나 회동이라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생기게 만든 요인일지 모른다.
졸업식도 다르지 않다. 교육청 관계자와 지역 유지,학부형 대표 등 내빈 소개에 여러 사람의 축사 및 격려사가 끝없이 이어지다 보니 정작 식의 주인공인 졸업생에겐 지겹기만 한 행사가 되고 만다. 행사의 주객(主客)과 목적이 전도되는 일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관(官) 주도 행사는 특히 더하다. 시청은 물론 구청(군) 주관 음악회에서조차 내빈 소개와 인사말씀에 30분 이상 허비되는 일이 흔하다. 주최측 변은 한결같다. 누구는 소개하고 누구는 안할 수 없고,한 말씀 역시 누구는 하고 누구는 못하게 할 수 없으니 도리 없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얘기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1996년 출범 이래 14년 동안 줄곧 식전 행사 없이 이뤄졌다. 개막작 감독과 배우,경쟁부문 심사위원 외엔 그 누구도 따로 소개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레드카펫을 걸어 들어오는 동안 누가 입장한다고 알려주는 정도다. 조직위원장인 부산시장조차 개회선언 외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예외가 없으니 누구를 특별대우한다는 식의 불평도 있을 수 없다.
민선 5기 출발을 앞두고 취임식을 간소화하겠다는 자치단체장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야외에 대규모 식장을 마련,기관장과 단체장,중앙과 지역에서 이름깨나 있다는 사람은 죄다 불러모아 소개하는 대신 실내에서 간단히 치름으로써 예산과 인력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축하 화환을 받지 않고 단체장이 바뀌면 으레 교체했던 집기를 그냥 사용하기로 한 당선자도 있다고 한다. 거창한 취임식에 축하공연을 갖는 것도 모자라 취임식 후엔 청사 입구에 직원들이 도열해 박수를 치도록 한 적도 있었다는 데 비하면 신선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인구 10만명 정도의 시(군)에서 1000명을 초청하면 초청받은 사람도 받지 못한 사람도 즐거울 리 없어 보인다. 취임식부터 예산을 펑펑 쓰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제 그만 허례허식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졸업식도 다르지 않다. 교육청 관계자와 지역 유지,학부형 대표 등 내빈 소개에 여러 사람의 축사 및 격려사가 끝없이 이어지다 보니 정작 식의 주인공인 졸업생에겐 지겹기만 한 행사가 되고 만다. 행사의 주객(主客)과 목적이 전도되는 일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관(官) 주도 행사는 특히 더하다. 시청은 물론 구청(군) 주관 음악회에서조차 내빈 소개와 인사말씀에 30분 이상 허비되는 일이 흔하다. 주최측 변은 한결같다. 누구는 소개하고 누구는 안할 수 없고,한 말씀 역시 누구는 하고 누구는 못하게 할 수 없으니 도리 없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얘기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1996년 출범 이래 14년 동안 줄곧 식전 행사 없이 이뤄졌다. 개막작 감독과 배우,경쟁부문 심사위원 외엔 그 누구도 따로 소개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레드카펫을 걸어 들어오는 동안 누가 입장한다고 알려주는 정도다. 조직위원장인 부산시장조차 개회선언 외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예외가 없으니 누구를 특별대우한다는 식의 불평도 있을 수 없다.
민선 5기 출발을 앞두고 취임식을 간소화하겠다는 자치단체장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야외에 대규모 식장을 마련,기관장과 단체장,중앙과 지역에서 이름깨나 있다는 사람은 죄다 불러모아 소개하는 대신 실내에서 간단히 치름으로써 예산과 인력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축하 화환을 받지 않고 단체장이 바뀌면 으레 교체했던 집기를 그냥 사용하기로 한 당선자도 있다고 한다. 거창한 취임식에 축하공연을 갖는 것도 모자라 취임식 후엔 청사 입구에 직원들이 도열해 박수를 치도록 한 적도 있었다는 데 비하면 신선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인구 10만명 정도의 시(군)에서 1000명을 초청하면 초청받은 사람도 받지 못한 사람도 즐거울 리 없어 보인다. 취임식부터 예산을 펑펑 쓰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제 그만 허례허식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