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무명 용품업체 '레게아'의 베팅…북한과 60억 스폰서 계약
'북한 축구대표팀의 가슴에 레게아(LEGEA)라는 로고가 달려 있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빅3'의 유니폼을 입지 않은 팀은 온두라스(조마) 칠레(브룩스) 잉글랜드(엄브로) 북한(레게아)이다. 이 가운데 북한을 정식 후원하는 레게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레게아가 '국제사회의 트러블 메이커' 북한을 후원하면서 월드컵 마케팅 시장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게아는 지난 2월 북한대표팀과 2010 남아공월드컵을 시작으로 4년간 400만유로(약 58억6000만원)에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레게아는 당초 북한이 개인별 맞춤 디자인과 특수 천 사용 등을 요구해와 계약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설립된 레게아는 이탈리아 폼페이에 본사를 두고 유럽 각국과 미국 캐나다에 진출했다. 아마추어 축구팀을 상대로 영업하던 브랜드였으나 얼마 전부터 이란 짐바브웨 등 스포츠보다는 인권침해로 더 유명한 국가대표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레게아가 월드컵 팀을 후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북한이냐'는 논란이 일자 루이지 프란코 아칸포라 레게아 대표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남아공월드컵에 참가하는 축구팀을 찾았으며 그동안 후원하던 짐바브웨 몬테네그로 이란 등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며 "우리는 정치와 무관한 기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주세페 마리넬리 레게아 마케팅 담당자도 "스포츠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빅 파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伊 무명 용품업체 '레게아'의 베팅…북한과 60억 스폰서 계약
경기 일정이나 대진표만 놓고 볼 때 레게아의 홍보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G조에 속해 있다. 북한은 16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삼바축구' 브라질과 1차전을 치른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 3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고 북한은 최하위권인 105위로 극과 극의 대결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북한팀이 의외로 선전할 경우 레게아는 44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북한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해외 축구용품 수집가들 사이에서 북한 유니폼은 늘 관심의 대상이지만 브랜드 가치와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홍보 효과가 미미해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경기 때마다 스폰서가 바뀌어온 게 사실이다. 북한팀의 유니폼 브랜드는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중국의 얼커였으나 이후에는 스페인의 아스토레로 교체됐다.

더욱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현실과 최근의 '천안함 사태' 등과 관련한 국제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