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도 근무시간에 월드컵 중계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축구 광신국으로 꼽히는 영국이나 남미국가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근로자들이 축구에 홀려 업무를 제대로 보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개막전(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을 케이블채널 ESPN360으로 지켜본 사람이 50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채널의 최고 기록인 지난해 미식축구 경기 시청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스크린프린팅 업체인 포니엑스프레스프린팅의 제프 핸더슨 파트너는 "직원들에게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기 며칠 전에 초과근무를 하도록 하고 시합 당일 휴가를 주려 했으나 일이 많아 결국 모든 직원이 출근해 회의실과 사무실에서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이번 월드컵기간 중에는 직원들이 상사의 허가를 받은 후 강당에서 미국과 스위스의 축구경기를 볼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축구 마니아인 영국은 이보다 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으로 인한 생산 손실이 10억파운드(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파라과이의 경우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15일 이탈리아전을 볼 수 있도록 당일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령을 공포해 눈길을 끌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