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참사와 나로호 실패로 모두가 참담한 심정이다. 물론 우리에게만 그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고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정말 부실하다. 섣부른 예단과 엉터리 괴담이 넘쳐나면서 모두가 극도로 흥분해버린다. 정작 중요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에는 모두 맥이 빠져버려 재발 방지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천안함 사고 초기에 제기됐던 주장은 대부분 엉터리로 밝혀졌다. '69시간 생존 가능성'이 그랬다. 천안함의 기본적인 구조조차 무시한 추측이었지만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함체의 손상 부위가 모든 것을 밝혀줄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크게 달랐다. 사고의 정황에 대한 소설 같은 이야기도 많았다.

나로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 직후부터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중계용 텔레비전 화면에 남겨진 희미한 영상만으로 사고 순간의 모든 상황을 알아내는 전문가도 있었다. 러시아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도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너무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라는 것이 그 핵심이다. 러시아의 신문 보도를 문제 삼기도 한다. 심지어 러시아의 로켓이 검증되지 않은 '시제품'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정확한 근거는 없다.

우리가 사고의 정황과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차피 일어난 일에 공연히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야만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고,책임을 묻고,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단순한 자동차 충돌의 경우에도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자칫하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기도 한다. 천안함 침몰이나 나로호 폭발과 같은 경우는 더욱 어렵다.

1986년 공중에서 폭발해버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경우 조사하는 데 4개월이 걸렸다. 그나마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직접 조사에 참여했기에 원인을 밝혀낼 수 있었다. 2003년 콜롬비아호는 7개월이나 걸렸다. 두 경우 모두 진짜 사고 원인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여객기 추락사고의 경우에는 블랙박스를 회수하고도 조사에 몇 해가 걸리기도 한다.

대형 사고의 경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모두가 섣부른 추측을 자제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섣부른 예단과 괴담은 절대 금물이다. 전문가와 언론부터 선진국의 모습을 배워야 한다. 아무 정보도 없이 전문가의 소견을 쏟아내고,사고 현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섣부르게 원인을 추정하는 관행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확실한 소신과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괴담에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공동 조사를 책임지고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국민이 일부 전문가들의 무책임한 추정이나 개인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

우주 개발의 정책 방향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이 집착하는 독자 개발도 가능하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협력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수주의적 사고를 앞세운 독자 개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러시아가 개발 중인 시제품을 제공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선 계약서와 사실을 근거로 분명하게 해명을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원인을 밝혀내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물론 지금까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냉정해져야 한다. 우리가 정부와 생각이 다른 일부 전문가들의 감정적인 예단과 주장에 휩쓸린다고 정부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 정부의 최종 결론은 물론이고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