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정 구상] 세종시 수정안 사실상 폐기…'5개 부처 이전' 절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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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결정 존중' 의미는
세종시 수정안의 운명이 기로에 섰다. 지난해 9월 정운찬 총리가 총리 내정 직후 화두로 꺼내면서 9개월간 논란이 돼 온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교통정리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TV · 라디오연설에서 세종시 수정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이달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표결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촉구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 중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방향을 잡을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국가 백년대계 위하지만…"
이 대통령은 일단 세종시 수정안 추진의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국가 백년대계와 지역발전을 위해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을 추진한 것이고 지금도 이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며 "국정의 효율성을 생각하든,국가경쟁력이나 통일 이후 미래를 생각하든 행정부처를 분할하는 것은 두고 두고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럼에도 국회 표결을 촉구하고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한 배경은 국론 분열을 막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 지속되고 지역적,정치적 균열이 심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국민단합이 매우 중요한 때"라고 밝혔다.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 놔 둘 경우 찬반 어느 쪽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통과 현실적 어려움
청와대는 이 대통령 연설 내용은 '선(先)당론 결정-후(後) 국회표결' 방침을 바꿔 국회에서 자유투표를 해달라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당론 결정을 줄여 조속히 결론을 내려 달라는 의미이며 이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 조기 종결을 통한 출구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민주당 등 야당은 상정 자체에 부정적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친 박근혜 진영이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당장 수정안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원회 통과도 쉽지 않다. 친박계인 송광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포진돼 있다.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재적의원 과반이상(146표)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한나라당 의원 168명 중 친박 의원을 비롯해 반대파가 50여명에 가깝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수정안은 자동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세종시 출구전략을 극구 부인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출구전략이나 포기가 아니라 의회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국회표결을 통해 마무리짓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이상 질질 끌 수 없어 표결 처리해 달라는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고,청와대도 출구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수정안에 정부부처 5개 정도를 더하는 선에서 타협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들은 투자가 유보된다고 하소연하고 주민들도 빨리 결정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되면 여야간 절충안 시도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주고 받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세종시 논의가 9월 정기국회까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단을 갖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