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적격 기관투자가의 코스피200지수 선물 현금증거금을 오는 28일부터 면제키로 한 것을 놓고 증권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기관을 대상으로 지수선물을 주로 거래하는 증권사들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는 투자자가 지수선물을 거래할 때 증거금(15%)의 3분의 1(5%)을 현금으로 예치해야 한다. 투자자가 정산금액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다. 최근 거래소는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개정,적격 기관투자가에 한해 현금증거금률 5%를 0%로 인하(면제)하기로 했다. 거래소 측은 "현금증거금을 축소하면 기관들의 부담이 줄어 선물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지난 3월 증권 · 선물회사 사장단 간담회 등을 거쳐 업계 의견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규정 개정은 선물회사들이 지수선물에 이어 지난해부터 국채 · 통화선물에도 현금증거금이 도입되자 거래가 얼어붙었다며 불만을 제기해온 데 따른 것이다. 거래소는 선물거래 감소를 막기 위해 적격 기관에 대한 국채 · 통화선물 현금증거금률을 0%로 낮췄다.

이어 거래소가 '제도 일원화' 차원에서 기존 지수선물 현금증거금까지 면제키로 해 기관의 지수선물을 거래하는 증권사들과 논란을 빚게 된 것이다. 증권업계는 지수선물의 현금증거금 면제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A증권 파생영업 담당 임원은 "지수선물은 국채 · 통화선물보다 변동성이 커 성격이 다르다"며 "현금증거금이 사라지면 결제 불이행 위험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또 위탁자가 일일 정산차익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선결제해야 해 이에 따른 준비금 확충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B증권 관계자는 "일일 정산차금을 기관이나 증권사가 매일 직접 입출금하는 번거로움이 예상된다"며 "거래소가 업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해 엉뚱한 지수선물로 불똥이 튀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증권업계는 대책회의를 열고 사장단 공문을 통해 '지수선물 현금증거금을 현행대로 부과하거나 3년간 유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거래소 측은 증권사가 사전에 위험 관리를 잘 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기관투자가가 내는 사후증거금으로 리스크를 막으면 되는데 노력 부족으로 보인다"며 "증권사들이 현금증거금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놓치기 싫어 반발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금증거금 면제 요구가 받아들여진 선물회사는 느긋하게 관전하는 분위기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