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사진)은 14일 이달 안에 현대건설 매각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매각하는 문제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현대건설을 매각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될 경우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달 중에는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이달 말에는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최초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첫 단계로 주관사 선정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반도체 매각과 관련,유 사장은 "하이닉스의 채권단 보유 지분을 6월 말까지 20%,연말까지 15%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7월에는 추가로 5% 지분에 대한 매각 제한(록업)이 해제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주요 채권단이 참가한 주주협의회가 '하이닉스의 적대적 인수 · 합병(M&A)이 우려될 경우 하이닉스에 채무 일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현재 '포이즌 풋(Poison Put)' 제도가 도입된 상태"라며 "주주협의회가 가지고 있는 하이닉스 여신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포이즌 풋은 지배주주의 변경,이사회 구성의 변화가 있을 경우 채권단이 기존 채권의 기한 이익을 상실하는 채무를 일시 상환토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그는 "공사의 정체성을 미래 전략산업 육성으로 정했다"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15년까지 녹색산업과 신성장 동력산업 등에 모두 100조원의 정책금융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해외 원전과 고등훈련기,고속철 등 선진화된 수출산업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6조원의 자금 공급을 시작으로 매년 이를 30% 이상 확대,2015년에는 30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필요한 자금은 자본금(15조원)과 저리의 자금을 활용하면서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외화를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유 사장은 "100조원의 정책금융자금을 공급하면 2015년 공사의 자산 규모는 150조원에 달하게 되며 약 25만명의 일자리 창출과 159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사의 비전을 달성할 때까지 노사가 노조를 만들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직원들이 지난주 연찬회에서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희생과 각오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노사분규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