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CEO 경영교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대화 'UI'‥아무도 관심없던 마우스 애플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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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매일 기계와 대화를 하며 생활한다. 전자기기들이 대표적이다. 집에서는 TV나 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제품들을,일상에서는 MP3플레이어와 PMP같은 소형 가전제품들을,운전자라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같은 제품들을,사무실에서는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제품들과 함께한다.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고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사용자가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 이하 UI)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UI는 어떻게 발전해 왔고,앞으로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UI에서 GUI로
UI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PC입니다. 제가 처음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던 1990년대 초에는 세 가지 종류의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설계에 필요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과 IBM PC,그래픽 작업을 위한 애플의 매킨토시였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는 'MS DOS'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를 썼기 때문에 직접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했죠.일반인에게 PC는 일종의 두려움과 관심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사람과 컴퓨터의 장벽을 허물고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온 것은 애플의 매킨토시였습니다. 매킨토시는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고 조작할 수 있으면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마우스나 아이콘을 사용한 프로그램은 그래픽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인데,이것을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raphical user interface · 이하 GUI)'라고 합니다.
GUI는 1950년대부터 이론적 틀이 존재했지만 운영체제 구축에 실패하거나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버려져 있었습니다. 1981년 제록스 연구소가 아이콘을 이용해 컴퓨터를 조작하는 모델을 선보였지만 결국 상업화되지 못하자 개발자들은 다른 컴퓨터 회사들로 옮겨가 차세대 기술을 전파하게 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였던 것이죠.
#마우스를 알아 본 애플
그럼 마우스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미국 제록스 연구소의 더글러스 앵겔바트입니다. 초기에는 발명자조차 마우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특허만 등록한 뒤 방치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조작하려면 두 손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한 손을 마우스에 할애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마우스는 개념만을 남긴 채 잊혀져갔죠.이런 아이디어를 높이 산 회사가 애플입니다.
애플은 처음으로 GUI를 탑재한 컴퓨터 '리사(Lisa)'와 함께 앵겔바트의 발명품과 완전히 다른 기술적 방법을 채용한 마우스를 선보이게 됩니다. 마우스가 매우 직관적인 UI 수단으로 자리를 잡는 순간이었죠.초기 마우스의 기능과 개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휠이나 무선 송수신 장치,줌인아웃 버튼 등이 추가되면서 마우스 자체적인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리사'는 지금의 아이콘,윈도,커서,풀다운,휴지통,메뉴바,단축키 등을 갖고 있는 온전한 GUI 운영체제로,현재 존재하는 GUI의 모든 것을 완성시켰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애플의 도전적이며 창조적인 정신이 빚어낸 성과이며 현재의 애플을 가능하게 한 사상이 아닐까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가 1985년 애플의 리사를 모방해 1.0버전의 '윈도(Windows)'를 발표했지만 부족한 운영체제로 사장시키기에 이릅니다. 이후 애플과 UI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1990년에서야 비로소 '윈도 3.0'을 통해 주목받게 되고 1992년 3.1버전으로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전성시대를 맞습니다.
이처럼 현재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는 하나의 뿌리에서 태어나 사용자들의 기호에 맞게 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과 기계 간의 장벽을 허물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현재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UI를 탄생시킨 것이죠.
#마우스 가고 누이(NUI)가 온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GUI 이후의 UI를 또 한 단계 발전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natural user interface · 이하 NUI)'라고 하는데,일명 '누이(NUI)'로도 불립니다. 내추럴이란 단어에서 NUI의 본질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처럼,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손가락이나 팔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동작을 인식한다거나,혀의 움직임으로 기계를 제어하거나,음성을 인식하는 것과 같이 인간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한 인터페이스를 뜻합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가상공간 안에 투영된 홀로그램을 손으로 제어하던 장면이 그런 것이죠.
동작인식 인터페이스는 아이폰에서 쓰는 터치기반 인터페이스와 닌텐도 위(Wii)처럼 몸에 부착해 행동으로 제어하는 자유형태의 인터페이스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진화하면 아무 장치 없이 인간의 동작을 인식해 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공간지각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지겠죠.
UI는 NUI 외에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 · 이하 BCI)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뇌의 움직임과 생각할 때 발생하는 뇌파를 이용해 제어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1970년대에 연구가 시작됐습니다만,인간의 뇌가 워낙 복잡해 아직 구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뇌파로 구현하는 핀볼게임의 데모가 발표되기도 했는데,아직은 단순한 명령만을 수행하는 수준의 장치였습니다.
그러나 BCI는 인류가 구현 가능한 궁극의 인터페이스일지도 모릅니다. 생각만으로 원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죠.물론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인간의 뇌에서 특정한 생각만을 추출해서 증폭시킨 뒤 기계를 움직이고,나머지 생각은 무시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해내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나 인간의 움직임으로 접근 불가능한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BCI 연구는 많은 가능성을 가진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UI에서 GUI로
UI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PC입니다. 제가 처음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던 1990년대 초에는 세 가지 종류의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설계에 필요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과 IBM PC,그래픽 작업을 위한 애플의 매킨토시였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는 'MS DOS'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를 썼기 때문에 직접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했죠.일반인에게 PC는 일종의 두려움과 관심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사람과 컴퓨터의 장벽을 허물고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온 것은 애플의 매킨토시였습니다. 매킨토시는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고 조작할 수 있으면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마우스나 아이콘을 사용한 프로그램은 그래픽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인데,이것을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raphical user interface · 이하 GUI)'라고 합니다.
GUI는 1950년대부터 이론적 틀이 존재했지만 운영체제 구축에 실패하거나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버려져 있었습니다. 1981년 제록스 연구소가 아이콘을 이용해 컴퓨터를 조작하는 모델을 선보였지만 결국 상업화되지 못하자 개발자들은 다른 컴퓨터 회사들로 옮겨가 차세대 기술을 전파하게 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였던 것이죠.
#마우스를 알아 본 애플
그럼 마우스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미국 제록스 연구소의 더글러스 앵겔바트입니다. 초기에는 발명자조차 마우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특허만 등록한 뒤 방치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조작하려면 두 손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한 손을 마우스에 할애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마우스는 개념만을 남긴 채 잊혀져갔죠.이런 아이디어를 높이 산 회사가 애플입니다.
애플은 처음으로 GUI를 탑재한 컴퓨터 '리사(Lisa)'와 함께 앵겔바트의 발명품과 완전히 다른 기술적 방법을 채용한 마우스를 선보이게 됩니다. 마우스가 매우 직관적인 UI 수단으로 자리를 잡는 순간이었죠.초기 마우스의 기능과 개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휠이나 무선 송수신 장치,줌인아웃 버튼 등이 추가되면서 마우스 자체적인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리사'는 지금의 아이콘,윈도,커서,풀다운,휴지통,메뉴바,단축키 등을 갖고 있는 온전한 GUI 운영체제로,현재 존재하는 GUI의 모든 것을 완성시켰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애플의 도전적이며 창조적인 정신이 빚어낸 성과이며 현재의 애플을 가능하게 한 사상이 아닐까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가 1985년 애플의 리사를 모방해 1.0버전의 '윈도(Windows)'를 발표했지만 부족한 운영체제로 사장시키기에 이릅니다. 이후 애플과 UI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1990년에서야 비로소 '윈도 3.0'을 통해 주목받게 되고 1992년 3.1버전으로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전성시대를 맞습니다.
이처럼 현재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는 하나의 뿌리에서 태어나 사용자들의 기호에 맞게 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과 기계 간의 장벽을 허물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현재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UI를 탄생시킨 것이죠.
#마우스 가고 누이(NUI)가 온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GUI 이후의 UI를 또 한 단계 발전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natural user interface · 이하 NUI)'라고 하는데,일명 '누이(NUI)'로도 불립니다. 내추럴이란 단어에서 NUI의 본질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처럼,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손가락이나 팔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동작을 인식한다거나,혀의 움직임으로 기계를 제어하거나,음성을 인식하는 것과 같이 인간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한 인터페이스를 뜻합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가상공간 안에 투영된 홀로그램을 손으로 제어하던 장면이 그런 것이죠.
동작인식 인터페이스는 아이폰에서 쓰는 터치기반 인터페이스와 닌텐도 위(Wii)처럼 몸에 부착해 행동으로 제어하는 자유형태의 인터페이스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진화하면 아무 장치 없이 인간의 동작을 인식해 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공간지각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지겠죠.
UI는 NUI 외에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 · 이하 BCI)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뇌의 움직임과 생각할 때 발생하는 뇌파를 이용해 제어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1970년대에 연구가 시작됐습니다만,인간의 뇌가 워낙 복잡해 아직 구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뇌파로 구현하는 핀볼게임의 데모가 발표되기도 했는데,아직은 단순한 명령만을 수행하는 수준의 장치였습니다.
그러나 BCI는 인류가 구현 가능한 궁극의 인터페이스일지도 모릅니다. 생각만으로 원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죠.물론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인간의 뇌에서 특정한 생각만을 추출해서 증폭시킨 뒤 기계를 움직이고,나머지 생각은 무시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해내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나 인간의 움직임으로 접근 불가능한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BCI 연구는 많은 가능성을 가진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