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남구 여천동의 석유화학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공장부지 귀퉁이에 있는 빈터 중간에 주변 공장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말끔한 회색 건물 하나가 들어서 있다. 지난 1월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간 태양전지 공장이다. 1500㎡(450여평) 부지에 지어진 작은 공장이지만,한화케미칼에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생산설비다.

홍기준 사장은 "2020년 2조원 매출을 올릴 태양광 사업의 모태가 될 곳"이라며 "생산규모를 현재의 연간 30㎿에서 2012년에는 10배 수준인 330㎿로,2020년에는 2GW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첫해인 올해 예상 매출이 35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매출을 60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한화케미칼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첨단 화학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1965년 설립 이후 40년 넘게 써오던 한화석유화학 사명을 지난 3월 한화케미칼로 바꾼 배경에도 이런 의지가 작용했다. 태양광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추가 성장엔진을 확보,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태양광 · 2차전지 · 바이오 신사업 삼각편대

한화케미칼이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 창출을 위해 선정한 신성장 사업은 태양광,2차전지 소재,바이오 의약품 등이다. 이 가운데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가 태양광 사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도 이 분야다. 김 회장은 연초부터 해외를 돌며 관련 기업들을 접촉하는 등 태양광 사업만큼은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1월 홍 사장이 김 회장을 수행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을 때 두 사람의 주요 대화 주제 역시 '태양광'이었다.

홍 사장은 "중 · 장기적으로는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 모듈까지 일괄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자동차 개발 경쟁으로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중 · 대형 2차전지의 양극재 사업에도 진출했다. 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과 함께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오는 10월 완공되는 양극재 공장의 생산규모는 연간 600t으로,12만대의 전기차 2차전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한화케미칼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양극재는 리튬코발트 산화물(LCO)을 쓰는 기존 제품과 달리 자연 속에 있는 철을 주원료로 사용,가격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게 특징이다. 한수영 양극재사업 담당 상무는 "양극재는 2차전지 제조비용의 25%를 차지해 전기차 보급 확산과 맞물려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해외 수입에 의존했던 2차전지 소재산업의 국산화와 수출에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화 제품으로 중국 물량 공세에 대응

신사업 육성과 동시에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폴리비닐클로라이드(PVC) △염소 · 가성소다(CA) 등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3대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기초 원료인 염소부터 중간 원료인 에틸렌디클로라이드(EDC),비닐클로라이드모노머(VCM),PVC 및 가공제품까지 사업 수직계열화를 구축해놓고 있다.

중동과 중국 기업들의 공장 신 · 증설로 공급과잉 우려가 높은 PE 분야에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다. 태양전지 제조 및 산업용 코팅제로 사용되는 EVA 시장은 2015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한화케미칼은 2012년 11월까지 EVA 생산규모를 현재의 10만t에서 14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CA 분야에선 지난 달 여수공장에 가성소다 13만t,염소 12만t 규모의 설비를 증설하고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이번 증설로 가성소다 생산규모가 연간 90만t으로 늘어나 대만 포모사,일본 도소에 이어 아시아 3위의 가성소다 업체로 올라섰다.

◆"불가능은 없다"…산유국에 생산기지 마련

국내 시장을 벗어나 중국 중동 등 해외에서 주력 제품의 생산거점을 늘려가고 있다. 작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과 맺은 9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합작계약은 한화케미칼의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대표사례로 꼽힌다. 두 회사는 2014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주베일 석유화학단지에서 EVA LDPE PVA(폴리비닐 아세테이트) 등 연간 12만5000t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 회사 중 처음으로 중동 산유국에 건설하는 생산기지다.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는 PVC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12월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이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30만t에 달한다. 중국 공장이 완공되면 PVC 생산규모는 현재의 56만t에서 86만t으로 53.6% 늘어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