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분산투자 CEO 지상특강] 길어진 노년…인플레이션 리스크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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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연금에만 묻어두면 물가상승 따라가기 힘들어
주식·주식형 펀드로 포트폴리오 다양화해야
강창희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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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노후자금 마련이 아닐까 생각된다. '부자되세요,부자되세요'라는 인사말이 유행할 정도다. 재테크를 잘해 돈만 많이 벌어 놓으면 노후 대비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번쯤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기 재테크를 통해 돈을 벌 확률은 과연 높은 것인지,돈만 많이 벌어 놓으면 행복한 노후는 보장되는 것인지.이런 질문에 자신있게 '예'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인생 후반을 좌우하는 리스크 요인들을 살펴보고 이들 리스크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인 노후 대비 방법일 것이다.
◆인생 후반기 장수 리스크
생각보다 오래 사는 리스크,즉 장수도 리스크다. 2008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1세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균 수명만큼만 살 것으로 생각하고 인생설계를 해서는 안 된다. 현재 어느 연령에 있는 사람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겠는가를 나타내는 기대여명과 관련된 자료에 따르면 지금 60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은 의학의 발전까지 고려할 경우 남자가 30.75년,여자는 36.63년에 달한다. 일단 환갑까지만 살아 남으면 평균적으로 남자는 91세,여자는 97세 정도까지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인생 100세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왜 오래 사는 게 리스크란 말인가. 이는 계획의 문제 때문이다. 계획을 전혀 세워 놓지 않았거나 장수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100년 인생을 전제로 생애설계를 하고 그에 맞게 자산관리를 해 나간다면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될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에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을 하며 40~50년을 살아가느냐다. 따라서 후반 인생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그 일에 맞는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일찍이 고령사회를 경험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정년이 될 때까지 충분한 노후생활비를 벌어 놓지 못한 사람은 체면을 버리고 수입이 따르는 일을 찾는다. 생활비 걱정이 없는 사람은 취미활동이나 자원봉사 등을 하며 약간의 용돈벌이를 하는 일을 찾는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이란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형편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다.
◆생활비는 생각만큼 안 줄어
퇴직 후에도 생각만큼 생활비가 줄어들지 않는 것도 리스크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퇴직하면 생활비가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간단히 생활비가 줄어들까. 이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30~40%가 퇴직 후에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 같은 조사가 없지만 실제 조사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퇴직 후에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비,간병비에 있다. 여기에 요양원이나 노인 홈에서 보내야 하는 기간이 길다는 점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 따라서 젊은 시절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암보험과 같은 특수질병 보험에 들어 대비해야 한다.
자녀 리스크도 있다. 본인이 아무리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었더라도 자녀 문제로 인해서 노후에 큰 고생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노부부가 노후자금으로 약간의 목돈을 모아두었는데 사업에 실패한 자녀가 와서 손을 벌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로서 무작정 모르는 체하기도 쉽지 않다. 평생 절약해 모아둔 돈을 내주고 노부부는 지하 쪽방에서 사는 사례도 있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지 않고서는 행복한 후반 인생을 보낼 수 없다.
자녀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들은 젊은 시절부터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가입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 저생활비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두는 것이다.
◆부동산 편중,인플레이션도 위험
평균적인 국내 가계의 자산구조를 보면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이 77 대 23 정도다. 미국은 이 비율 33 대 67,일본은 39 대 61인 데 비해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 비중은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자산관리의 원칙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국내 가계의 부동산 편중은 자산관리 원칙에서 보나,부동산 가격 전망으로 보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퇴직 직전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을 5 대 5 정도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플레이션 위험도 감안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물가안정 시대가 지속돼 왔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량으로 풀린 자금이 언제 물가를 위협할지 모른다. 유가를 위시한 국제 원자재가격 동향도 심상치 않다.
인플레가 진행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 3%의 인플레율이 25년간 계속된다면 원본 1억원의 가치는 약 4800만원 즉,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노후를 대비해 오랫동안 가입해 온 연금,저축 자금이 이런 식으로 줄어든다면 후반 인생이 얼마나 힘들어지겠는가.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방어하는 자산관리 방법의 하나는 자산을 주식,주식형 펀드 같은 투자상품에 운용하는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chkan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