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는 약 10년 단위로 위기를 겪었다.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과 남미 모라토리엄,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2000년대 서브프라임 사태가 그것이다.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를 포함해 이들 금융위기의 공통점 중 하나는 주체만 다를 뿐 과도한 부채 차입이 원인이었다.

앞으로 남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어떻게 풀려나갈 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과거의 경험으로 본다면 파국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을 잘 흡수할 경우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겠지만,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버블의 발생과 붕괴가 반복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요즘처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일수록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있는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를 위해 꼭 챙겨야 하는 요소들을 어렸을 때 배운 '육하원칙'에 따라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왜(Why) 투자하는가?'이다. 교육비,주택 마련 등을 위해 자산을 불릴 필요성과 함께 노후 준비도 큰 이슈가 된다. 일생 동안 일하는 기간은 줄어드는 반면 수명은 늘어나고 있어,'예상보다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금리가 정착되고 부동산에서 과거와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결국 위험은 있지만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영역이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투자의 원칙들을 잘 지킨다면 투자가 본질적으로 내포하는 위험을 극복하고 투자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누가(Who) 투자하는가?'를 생각해 보자.투자는 돈이 많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미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전문가에게 맡길 것인가도 생각해 보자.필자는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2009년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이 산 상위 10개 종목 중 코스피 상승률을 초과한 종목은 3개에 불과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운용회사의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투자의 시점(When)'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복리효과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이 바닥일 때 투자해서 꼭지일 때 파는 '마켓 타이밍'을 욕심내지만,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속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주식 투자에 대해 좀 익숙해질수록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모멘텀 투자의 유혹이 생기는데 무척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간접투자를 '어디(Where)에서' 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투자상품의 판매는 일반 공산품보다 훨씬 복잡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듯 투자자의 상황과 시장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통찰력 있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과거 성과나 단기적인 유행을 좇아 쉽게 판매하는 곳은 조심해야 한다. 펀드 판매를 넘어 고객의 자산관리를 전문적으로 도와줄 역량이 있고,가입한 이후 사후관리에도 소홀함이 없는 곳을 찾아 가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What)에' 투자할 것인가? 나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젊었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변동성이 작은 채권 등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좋다. 또한 현재 재무상황과 투자성향,투자목적과 기간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결정한다. 시장의 흐름을 최대한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를 가입할지,그렇지 않으면 적극적인 종목 발굴을 하는 액티브 펀드를 선택할지,또 어느 나라에 투자할지,어떤 펀드 운용 스타일이 적합할지 등을 하나씩 점검해 본다.

마지막으로 투자의 '방법(How)'에서는 자산배분이 기본이 된다. 전체적 자산을 평생설계의 관점에서 분배하고 조정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장기투자와 적립식투자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7년 이후 투자기간별 연평균 수익률을 계산하면 10년 이상 투자할 경우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래프 1 참고).

아시아 외환위기,정보기술(IT) 버블붕괴,서브 프라임 금융위기가 있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 또한 단기간에 대박을 노리는 것보다는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불입하는 적립식 투자를 권한다. 투자의 역사를 보면,요즘처럼 불안감을 느끼는 시기가 사실은 좋은 기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험이 커 보이는 만큼 기대 수익도 높은 것이다. 앞에서 말한 투자의 '육하원칙'을 지혜롭게 적용한다면 좋은 투자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bhanggil.choi@shbnpp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