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이 진품보다 시장규모가 크고,그 격차를 갈수록 벌리고 있는 제품이 있다면? 정답은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치료제다.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화이자),시알리스(한국릴리),레비트라(바이엘),자이데나(동아제약) 등으로 위장한 가짜 의약품을 밀반입한 일당을 관계당국이 적발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태국 베트남 등지에선 제조부터 밀수,유통,판매까지 하는 기업형 조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옷이나 짐 속에 소량으로 숨겨오는 보따리상은 애교 수준이고,이제는 아예 사람 크기의 대리석에 수십만정의 가짜 의약품을 감춰 반입하는 등 수법이 대담해지고 있다.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전직 미국연방수사국(FBI) 수사관이나 관세청 출신으로 구성된 글로벌시큐리티팀을 가동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국내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제약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MS에 따르면 국내에 불법 유통되는 발기부전치료제는 정품 시장 규모 (870억원 · 2009년 기준)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것은 정품과 달리 의사 처방 없이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데다 성 관련 사업이 성행하는 국내 상황 등이 맞물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법 유통업자들은 주로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메일을 통해 집중적으로 판촉에 나서고 있다. 스팸메일의 80% 이상을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판촉메일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또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 등 수요가 예상되는 특정지역에도 점조직 형태의 유통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는 1정당 1000~5000원 선에 팔리고 있다. 고무줄 가격이다. 비아그라 정품이 1정당 1만5000원(100㎎)에다 처방료 5000원 정도가 더 든다고 가정할 때 가짜가 최대 120분의 1 수준까지 싼 셈이다. 가짜 발기부전치료제가 기승을 부리면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남성과학회가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무작위로 수거해 조사한 결과,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납과 수은 등이 다량 검출됐다. 또 전문의들은 가짜 의약품은 치료제 성분을 과다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동맥경화와 심혈관계 환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