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지난 3월 베이징의 중국 연구센터에 '에너지 및 유틸리티 연구실' 문을 열었다. 4000만달러가 투자될 IBM의 첫 에너지 연구실이 중국에 세워진 것이다. 매트 왕 IBM 중국 연구센터 부소장은 "시장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시장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를 의미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3월 초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서 202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4조위안(약 7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IBM은 이미 중국 최대 전력 송배전 업체인 국가전망의 자회사와 전력망의 손실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이는 스마트그리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국이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나선 것은 풍력으로 만든 전기의 20% 이상을 사용하지 못할 만큼 전력망의 발전 속도가 신에너지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IBM은 중국의 고속철도 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베이징에 모토로라 MIT 칭화대 등과 공동으로 글로벌철도혁신센터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중국은 올해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7000억위안(약 126조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하는 등 세계 최대 고속철도 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이 센터는 터널과 교량 등에 센서를 설치해 고속열차에 노선 상황을 보고하는 안전시스템과 같은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중국의 의료전산화 시장도 IBM이 최근 공을 들이는 분야다. IBM은 지난해 중국 연구센터 내에 의료 전산화 기술을 전담할 연구실을 만들었다. 중국의 의료 개혁으로 1000여개의 병원에서 IT 시스템 구축에 15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게 IBM의 추산이다. 중국은 의료 개혁의 일환으로 농촌 곳곳에 병원을 신설하고 IT 네트워크를 통해 농촌 환자들이 대도시의 병원까지 오지 않아도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IBM은 이달 초 광둥중의병원과 공동으로 의사들이 수천건이 넘는 임상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IT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계약을 맺는 등 중국 병원과 IT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IBM은 중국이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지역특구 개발 사업에서도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IBM은 이달 초 지린성 창춘시에 문을 연 29번째 중국 지사를 통해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개방 선도구 건설에 전방위적인 IT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창지투는 두만강 유역을 포괄하는 경제특구 프로젝트다.

IBM이 이처럼 중국에서 강화하는 일련의 사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스마트그리드 고속철도 의료정보화 창지투 프로젝트 등 한결같이 중국이 경제산업 구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펼치는 정책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IBM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스마트그리드 시장에는 한국의 LS그룹과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도 뛰어들고,의료정보화 시장에는 일본의 NEC가 진출했다. 중국 정책발 신시장을 잡기 위한 다국적기업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