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언덕위의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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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드라마작가 신봉승씨와 함께 일본 역사기행을 다녀왔다. 야마구치현의 작은 도시인 하기시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위해 쌓은 가라스시의 나고야성 등을 둘러보는 짧은 일정이었다. 하기시에는 요시다 쇼인이라는 선각자가 후일 메이지유신의 주역이 되는 젊은 청년들을 가르친 13.2㎡짜리 작은 서당인 쇼카숀주쿠가 있다. 그때 요시다가 가르친 13명의 젊은 청년들은 후일 3명의 총리와 6명의 장관이 된다. 그들은 근대일본의 변혁을 이끌었다. 요시다가 가르친 것은 새로운 근대일본 국가 건설을 위한 정신이었고,큰 꿈을 가질 수 있는 호연지기였다.
근대화가 요동치던 메이지시대를 배경으로 육군기병 창설자 아키야마 요시후루,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한 아키야마 사네유키 형제와 마사오카 시키 시인의 우정과 열정,꿈과 이상을 시대적 상황과 함께 리얼하게 그려낸 대하소설이 시바 료타로의 '언덕위의 구름'이다. 얼마 전 일본 NHK에서 방영,화제가 됐다고 한다.
그 시대 일본은 1895년 청일전쟁 이후 비참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건함 10개년 계획을 마련,해군 함정 건조 계획과 개혁을 추진한다. 당시 일본 해군은 너무나 열악해서 1만t 이상인 1등 전함이 단 한 척도 없었으나 러시아는 10척이나 갖고 있었다. 모든 군사력에서 러시아는 일본보다 몇 배나 우세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했다. 승리의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노기 마레스케,아키야마 형제 같은 뛰어난 지휘관,도쿠가와 300년의 봉건제도에 길들여진 병사들,주변 열강들과의 관계,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시대 일본 국민의 단결된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상대국인 러시아의 부패와 무능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우리나라는 천안함사태,육군 소장의 군사 기밀 유출사건 등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일들을 겪고 있다. 6 · 25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60년,한일강제병합 이후 100년이 되었다. 어떻게 지켜낸 우리의 땅이고 역사인가? 우리 사회는 다양성과 다이내믹한 활력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이것이 국가 발전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시대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과 올곧은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많아야 한다. 지금 바로 이 시점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전환점이 되는 때이다.
높은 꿈을 꾸지 않고 더 큰 이상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갈 수는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역사를 보면,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속상하지만 그들이 몸부림치며 열어간 정신은 아직 우리에게 유효하다.
언덕위의 구름을 바라보며 뜨거운 가슴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선 결연한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mooncs@sm.ac.kr
근대화가 요동치던 메이지시대를 배경으로 육군기병 창설자 아키야마 요시후루,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한 아키야마 사네유키 형제와 마사오카 시키 시인의 우정과 열정,꿈과 이상을 시대적 상황과 함께 리얼하게 그려낸 대하소설이 시바 료타로의 '언덕위의 구름'이다. 얼마 전 일본 NHK에서 방영,화제가 됐다고 한다.
그 시대 일본은 1895년 청일전쟁 이후 비참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건함 10개년 계획을 마련,해군 함정 건조 계획과 개혁을 추진한다. 당시 일본 해군은 너무나 열악해서 1만t 이상인 1등 전함이 단 한 척도 없었으나 러시아는 10척이나 갖고 있었다. 모든 군사력에서 러시아는 일본보다 몇 배나 우세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했다. 승리의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노기 마레스케,아키야마 형제 같은 뛰어난 지휘관,도쿠가와 300년의 봉건제도에 길들여진 병사들,주변 열강들과의 관계,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시대 일본 국민의 단결된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상대국인 러시아의 부패와 무능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우리나라는 천안함사태,육군 소장의 군사 기밀 유출사건 등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일들을 겪고 있다. 6 · 25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60년,한일강제병합 이후 100년이 되었다. 어떻게 지켜낸 우리의 땅이고 역사인가? 우리 사회는 다양성과 다이내믹한 활력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이것이 국가 발전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시대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과 올곧은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많아야 한다. 지금 바로 이 시점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전환점이 되는 때이다.
높은 꿈을 꾸지 않고 더 큰 이상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갈 수는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역사를 보면,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속상하지만 그들이 몸부림치며 열어간 정신은 아직 우리에게 유효하다.
언덕위의 구름을 바라보며 뜨거운 가슴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선 결연한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mooncs@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