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만 되면 산업현장은 더위와의 싸움을 한다. 찜통 속 생산현장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주물 등 화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속에서 여름철을 이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기업들은 대형 선풍기를 돌리고 얼음 조끼를 입는 등 폭염과 싸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써보지만 신통치가 않다. 에어컨을 설치한다는 것은 비용부담으로 만만치 않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한 곳은 자체 기술로 '스프링쿨시스템(Sprinkool System)'을 개발해 특허 및 상표등록을 한 월드비텍(대표 김근기)이다. 이 회사가 산업현장에 적용한 이 시스템은 공장건물의 지붕에 물을 분사시켜 수막을 만들어 열을 식힘으로써 실내 냉방효과를 내는 산업용 냉방장치다. 지붕에 뿌려진 물이 기화할 때 열을 빼앗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 기술의 원리는 실내에서 발생한 열을 열교환 방식으로 모아 외부로 방출시키는 에어컨과 달리 여름철 실내에 직 · 간접적으로 열부하를 발생시키는 태양열을 아예 건물 밖에서 차단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공장 건물은 복합패널로 지붕과 벽체를 마감해 단열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공장 내부면적이 크고 지붕이 높아 실내에 에어컨을 설치해 냉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스프링쿨시스템은 설치비용과 유지비를 에어컨에 비해 70%와 95%를 절약하면서 실내 온도를 3~7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안정성이 뛰어나 고장 없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김근기 대표는 "이 시스템은 핀란드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나무와 같은 천연 건축 소재를 사용해 열의 전도를 줄이고 햇빛의 직접 조사(照射)에 의한 열 발생을 억제해 실내에 특별한 냉방시설을 하지 않고도 시원하게 지내는 방법과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그린 성장이나 지속가능한 발전 등 친환경 분야가 강조되고 있어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는 스프링쿨시스템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에 냉방설비를 갖출 경우 에너지관리공단에서 투자비용 전액을 최저 정책금리로 지원해 주고 있어 부담이 낮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대 ·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삼성전기 영창악기 한국타이어 대경화성 영원무역 성우 장원테크 등 국내 100여개 기업에 이 시스템을 설치했다. 해외에서는 베트남 호찌민시의 섬유업체 한솔비나와 필리핀 마닐라의 전자업체인 하이텍RCD필리핀,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마쓰시타에어컨 지붕에도 이 시스템을 달았다.

이 회사는 자체 연구소를 세우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기술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는 것.화재진압이 곤란한 지역에서 빗물을 이용해 불을 끌 수 있도록 하는 '무동력 펌핑시스템'을 비롯해 고층 건물의 외벽을 자동으로 청소할 수 있는 '건물외벽청소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허,실용신안 등 모두 20여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물의 증발을 이용한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해 큰 비용 없이 냉방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