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7일 김상영 대한정밀 회장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사업장을 둔 중견기업인 30여명을 천안시 목천읍 서흥리에 있는 자택으로 초청했다. 김 회장이 전통 한옥인 그의 집으로 기업인들을 초청한 것은 중견기업인들이 함께 모여 지식융합을 일구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날 모임엔 특수윤활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김명원 범우연합 회장,충청지역 기업인의 조직화에 앞장서는 김종신 청운 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모임은 허범도 전 국회의원이 지난 1년간 미국 명문 공과대학인 조지아텍에서 연구교수로 활동하면서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 간 산업협력을 촉진시킨 활동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중소기업청 차장과 지식경제부 차관보,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을 거친 허 전 의원은 이날 보고에서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인 HSAA를 찾아가 10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품질관리 교육을 실시했는데 지금까지 380??이던 불량률이 이 교육을 실시한 이후 85??으로 떨어져 품질관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레이 슈스터 조지아텍 총장과 친분을 쌓아 기술협력국제포럼 등을 개최했으며,한국과 미국 기업 간 기술협력사업을 확대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허 전 의원은 지난해 9월23일과 24일 이틀간 조지아텍에서 국제기술이전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 그는 효과적인 기술이전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경기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할 때 '1일1사 방문' 운동을 벌여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현지 중소기업들을 방문하기에 바빴다.

그는 조지아주 달턴에 있는 미국 중소기업들을 방문하는 등 여러 지역 중소업체의 생산 현장을 살펴봤다. 이런 현장 파악을 통해 한국의 화성그룹이 조지아텍 안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도록 지원했다. 화성은 올 들어 50만달러를 들여 조지아텍 안에 기술연구소를 개소했다.

허 전 의원은 미국에서 많은 특강을 했다. 지난 3월15일엔 미국 중소기업수출인큐베이터에 속해있는 기업인들과 관계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업경영에 대한 본질'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앞서 3월13일엔 미국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제3의 물결과 한국경제'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이날 허 전 의원의 보고회가 끝난 뒤 이 자리에 참석한 중견기업인들은 앞으로 중견기업들도 서로의 벽을 허물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개척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참석자 가운데 가장 원로 기업인인 임정환 명화금속 회장은 후배기업인들을 위한 조언을 털어놨다.

임 회장은 "세계에서 앞서가는 기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요즘 들어 조금 게을러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개발해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데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왜냐 하면 마실 술 다 마시고,자고 싶은 만큼 실컷 자고,놀고 싶은 만큼 노는 기업인에겐 절대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지난 50년간 중소기업을 경영해오면서 단 하루도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잠이 오지도 않을 뿐더러 잠을 자더라도 아이디어가 자꾸만 떠올라 자다가도 일어나서 새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한 뒤 다시 잠자리에 들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잠을 적게 자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 덕분에 총 205개의 특허를 가진 기업인이 됐다.

임 회장은 잠을 적게 잔 덕분에 한국보다 기술력이 훨씬 앞섰던 독일의 에조트나 영국의 에코파스트 등에서 명화금속에 제품을 공급해줄 것을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잠을 적게 자더라도 건강을 해칠 만큼 무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날 모인 중견기업인들은 앞으로 이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다음 번 모임은 오는 9월 이동초 풍국 회장의 천안 자택에서 하기로 했다.

정월석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 차장 mich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