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라운지] 김인중 무림P&P대표 "펄프~종이 국내 첫 일관 생산…美·유럽에 수출"
15일 울산광역시 온산읍에 있는 펄프업체 무림P&P 공장 내에 있는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 건설 부지에선 트럭과 건설용 중장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은 배관과 장비를 옮기기에 바빴다. 무림P&P의 일관화 공장은 작년 11월 기존 펄프 생산라인 옆 부지에서 첫삽을 뗀 후 현재 51%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김인중 대표(60)는 "공사 속도가 빨라 내년 3월께 준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5월부터 백상지 생산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무림P&P의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이 완공되면 펄프부터 종이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종이공장이 될 전망이다. 국내 유일의 펄프공장인 무림P&P의 펄프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펄프가 즉시 종이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이곳에서는 연간 45만t의 인쇄용 백상지와 고급 인쇄용지인 아트지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무림P&P가 국내 최초로 일관화 공장에 도전하는 것은 공급 포화상태인 국내 제지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45만t 증산분을 주로 수출로 소진할 계획이다. 제조공정을 일원화하면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품질이 좋아져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무림P&P의 펄프라인에서 만들어진 생펄프가 종이 생산에 바로 쓰일 수 있어 종이의 강도가 높고 펄프 운반에 필요한 운임 등이 적게 든다는 것.종이 생산에 필요한 펄프는 일반적으로 건조펄프와 생펄프로 나뉘는데 건조펄프는 펄프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나라나 업체의 펄프 수급을 위해 만들어졌다. 건조펄프는 물에 불리는 과정을 거쳐 종이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국내 업계에서는 지금껏 외산 건조펄프를 주로 썼다.

[중견기업 라운지] 김인중 무림P&P대표 "펄프~종이 국내 첫 일관 생산…美·유럽에 수출"
김 대표는 "종이 생산을 일원화할 경우 펄프를 불리는 시간이나 운송비용 등을 줄일 수 있어 최대 15%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일관화 공장에서 생산된 종이를 주로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할 방침이다. 원가 절감을 통해 현재 미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산 종이와도 가격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가격이 비슷하다면 생산기술이 더 좋은 우리 제품이 선택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등지에서 선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 생산에 필요한 스팀이나 전력을 만드는 데도 펄프 부산물을 이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일관화 공장에서는 펄프 부산물인 '흑액'을 이용해 발전소를 돌리고 스팀을 만들 방침이다. 김 대표는 "흑액을 사용하면 연간 25만6500㎘의 화석연료를 덜 쓰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림은 일관화 공장이 가동되면 최근 국제펄프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추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펄프값 추이를 봐야 알겠지만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관화 공장을 통해 약 30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