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및 메모리반도체 등을 장착하는 기판인 메인보드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높은 원화 환율이 적용된 수입 물량이 최근부터 시장에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메인보드는 대부분 대만 수입산이다.

15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 및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대만 제품인 '애즈락 M3A785GM-LE 에즈윈' 모델의 이날 평균 거래가격은 7만3800원 선으로 한 달 전에 비해 7% 이상 뛰었다. 메인보드는 메모리반도체 등과 달리 교체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상승폭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메인보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만의 아수스 제품 중 인기 모델인 'M4A77TD ACC 디지털 그린텍'도 지난달 초 이후 2.7% 올랐다. 개당 가격이 10만800원으로 최근 2개월 사이 처음으로 10만원대에 올라섰다. 기가바이트의 'GA-P55A-UD3R' 모델 가격도 지난달 15일 18만2300원 선에서 이날 18만7700원으로 한 달 새 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지난 4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원화 환율이 뒤늦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민기 다나와 카테고리 매니저는 "메인보드는 전량 대만 등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바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CPU나 D램 등에 비해 유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환율 등이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도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윤창진 컴퓨존 팀장은 "D램 등은 현금과 같이 유통돼 국제시세와 환율에 따라 하루에도 네다섯 번씩 가격이 변동되지만 메인보드는 교체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고 판매업체의 기술 지원 등도 필요해 환율의 반영 속도가 느리고 반영폭이 제품에 따라 다르다"고 전했다.

메인보드 수입업체 관계자는 "과거 대량으로 물량을 들여올 때는 선박을 이용할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제품 모델이 세분화되고 다품종 소량으로 바뀌면서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어 국제가격의 반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주요 판매상들이 가격 안정을 기다리며 구입을 늦추고 있어 매출은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 K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