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대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 전 대표는 15일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에 안 나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내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에 이어 박 전 대표까지 전대 불출마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차기 전대에 대한 당 안팎의 관심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혼란스런 당을 수습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7 · 28 재 · 보선에서 선전하기 위해 전대 흥행이 필수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박 전 대표가 불출마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대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 부담이다. 게다가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담보되지 않는 한 당선을 보장하기 어려운 데다 당 대표에 선출되더라도 이 대통령과의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대표로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당 · 청 갈등이 불거질 수 있고 이는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거물급 인사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춘추전국시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대를 통해 선출된 당 지도부가 2012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뿐 아니라 차기 대선정국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힘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계파 간,계파 내 소그룹 간,신 · 구세대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이계에서는 핵심인 정두언 의원이 이날 출마선언을 하며 첫 테이프를 끊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성패가 걸린 이번 전대에 출마,한나라당이 세대교체와 보수혁신,당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4선의 홍준표 안상수 의원도 다음 주 초쯤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3선의 심재철 의원과 재선의 박순자 의원도 출마를 검토 중이다.

친박계에선 3선의 서병수 의원과 재선의 이성헌 의원이 출마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선교 이혜훈 의원(이상 재선)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도파에선 남경필(4선), 권영세(3선),나경원(재선)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후보가 거론되지는 않지만 쇄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초선 의원들이 초선 단일후보를 추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외 인사로는 김태호 경남지사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