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가 PL(Private Label) 상품을 처음 내놓은 시점은 1996년이었다. 대형마트의 본질적 경쟁력인 '저렴한 가격'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PL 상품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처음 내놓은 PL 상품은 200여개 품목.신선식품과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 중심이었다. '이플러스' 브랜드가 바로 이때 태어났다.

13년이 지난 지금 이마트의 PL 상품은 19개 브랜드 1만8000개로 늘었다. 품목도 신선식품에서 생활용품,패션 · 잡화,간편가정식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심지어 애완용품 PL(m&m dogs)과 웰빙식품 PL(스마트 이팅)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는 PL 상품이 대형마트 경쟁력의 원천인 '저렴한 가격'을 확보할 수 있는 열쇠로 보고,앞으로도 PL 상품 판매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마트 경쟁력의 핵심은 PL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기존 PL 브랜드를 '베스트(BEST)-이마트(E-MART)-세이브(SAVE)' 3개 계층으로 재편했다. 이마트가 PL 브랜드를 뜯어고친 이유는 간결한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PL 상품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PL 브랜드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런 전략에 따라 고급 원 · 부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PL 제품은 '베스트(BEST)'로,용량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떨어뜨린 실속형 PL은 '세이브(SAVE)'로 이름 붙였다. 이마트 PL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비슷한 품질의 기존 브랜드 제품에 비해 20~40%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특히 PL 상품은 기존 브랜드 제품들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PL 상품과 기존 브랜드 제품 간 가격 경쟁이 확대될수록 전반적인 상품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PL 상품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2007년 말 전체 매출의 9%에 불과했던 PL 상품 비중은 지난해 23%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이마트는 이 비중을 올해 25%대로 끌어올린 뒤 2014년에는 40% 선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가격은 저렴하면서 우수한 품질의 PL 상품을 만들어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온리 이마트' 상품 확대

이마트는 '베스트(BEST)'와 '세이브(SAVE)'의 상품 구성비를 2배 이상 늘리는 등 '온리 이마트' 상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07년 말 PL 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상품 개발팀'을 신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마트는 PL 협력회사와 원가 구성 내용 등을 공유하고 있다. 상품 가격을 결정하기 전에 서로 적정한 마진을 합의하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제품 가격의 45%가량을 차지하는 유통망 확보 비용,마케팅 비용,상품관리 및 물류비 등을 떠맡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PL 상품 개발 단계부터 제조 공정,진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품질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마트만의 엄격한 품질 기준인 '이마트 품질 스탠더드'에 따라 공장도 실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또 PL 협력업체는 '업계 3위 이하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LG생활건강,매일유업,한경희생활과학 등 1위 브랜드와의 협력도 늘리고 있다. 이마트 브랜드 특성에 맞게 포장과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으며,PL 상품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1위 브랜드 상품과 나란히 진열하기도 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