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기존 사업부를 둘로 쪼개는 상장사가 급증하고 있다. 6월 현재까지 기업분할(인적분할, 물적분할)을 결정한 곳은 25개 업체로, 작년과 비교해 약 두 배로 늘었다.

기업분할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펀더멘털(실적대비 주가수준)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들어 기업분할 이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탄탄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단순한 기업분할 이슈로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한 현상"이라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J오쇼핑 인적분할 '부정적'…주가 연일 내리막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CJ오쇼핑은 최근 유통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CJ오쇼핑과 투자사업을 맡고 있는 오미디어홀딩스(가칭)로 기업을 인적분할키로 결정했다.

CJ오쇼핑의 이번 분할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일단 부정적이다. 이에 주가도 이날까지 나흘 연속 약세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J오쇼핑은 미디어 사업부를 완전히 떼어낸 후 지주사인 CJ에 편입시키려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며 "이 때문에 인적분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적분할은 독립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는 물적분할보다는 더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CJ오쇼핑이 온미디어를 인수했을 때부터 궁극적으로 온미디어가 CJ로 편입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했다"며 "그런데도 그룹에서는 이를 계속 부정해오다 돌연 인적분할을 결정한 탓에 투자자들이 배신감을 느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도 "이번 인적분할은 지주사 욕심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며 "현금을 많이 보유한 CJ오쇼핑이 온미디어를 인수하도록 이용당한 격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꼬집었다.

조선선재 등 인적분할 뒤 '이상급등' 보이기도

이와는 반대로 인적분할 이후 기업의 주가가 연일 치솟은 상장사도 상당수다. 조선선재, 한국화장품·제조 등이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스타종목'으로 꼽히는 조선선재는 인적분할 이후 17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조선선재는 CS홀딩스에서 인적분할되어 2월19일 재상장됐다.

조선선재는 그러나 이상급등에 따른 후유증이 커지면서 20만3000원까지(4월6일) 급등했던 주가가 두 달 새 6만원까지 미끄러졌다.

한국화장품제조(존속법인)와 한국화장품(신설법인)의 주가도 매 한가지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이달 첫 거래일에 각각 재상장된 뒤 6거래일, 7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이유없이 올랐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지난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여러개 갖고 있을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하는 것이지 고작 한 개 사업부를 인적분할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도 불거질 수 있는데다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란 비난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 지분 늘리기에 인적분할이 용이"

기업들이 회사를 쪼갤 때 물적분할 보다 인적분할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주주가 지분을 늘리기 용이하기 때문이란 게 증권업계의 판단이다.

김장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주주가 지분이 많지 않을 때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해 지분을 늘리기도 한다"며 "인적분할 이후 주식스왑을 통해 대주주가 지분을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적분할은 분할회사(기존회사)가 신설 법인의 주식을 100% 보유, 자회사로 편입시키게 된다. 반면 인적분할은 분할회사의 주주들이 일정 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구조다.

물적분할은 대주주의 지분 변동이 없지만, 인적분할은 주식스왑 시 현물출자 등에 대해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것. 대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인적분할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적분할은 다만 인수합병(M&A) 시 유리할 수 있다.

김동양 애널리스트는 "SK에너지의 경우 정유와 화학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발표했는데 이는 SK에너지가 E&P(석유개발)쪽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SK에너지가 단독으로 정유와 화학부문에 계속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관련 지분을 일부 매각해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이렇게 확보된 자금으로 E&P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이 목적에 따라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을 택하는 것이지만 인적분할의 경우 대주주가 지분을 늘리기 위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적분할 이후 자회사에 관한 호재성 재료를 노출시켜 지주사와 신설법인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스킬"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