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1700선 안착에 힘겨워하고 있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미국 증시 호조에 힘입어 장 초반 171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개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 확대, 프로그램 매물 출회 여파로 장중 17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저항선인 1700선 안착이 쉽지 않겠지만 다소간의 조정을 거친 뒤 실적 모멘텀(상승요인)을 바탕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상단에 가까이 감에 따라 펀드환매, 이익실현 물량 등이 출회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장 초반 매수 우위를 보였던 기관은 매도 물량을 확대,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오전 11시20분 현재 500억원대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1년간 형성된 1550~1750 구간의 코스피 지수 박스권 상단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지수가 주춤하는 모습"이라며 "이후에도 1700∼1750 구간에서 수급주체 간 매매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지수가 저점 대비 170포인트가량 올라선 가운데 자연스런 조정과정이 뒤따라올 것"이라면서도 "최근 유로화가 의미있는 수준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또다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견해를 버리지 않고 있다. 무디스의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이슈에도 지난 15일 코스피 지수는 선방했다. 이에 비춰 유럽발 재정위기 악재의 영향력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해석되고, 외국인 매수세가 4거래일 연속 지속되고 있는 점도 수급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리스발 악재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지속됐고, 안전자산 선호도의 증가도 관찰되지 않았다"며 "변동성 지표인 VIX지수는 오히려 하락하는 등 시장은 더 이상 유럽 리스크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초점] 코스피 1700선 안착이 어려운 이유
이에 코스피 지수가 다소간 기간 조정을 거친 뒤 다음주 본격적으로 프리어닝시즌에 접어들면서 실적 모멘텀에 힘입어 다시 기를 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전문가들은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계심리와 함께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고 있고, 주식형 펀드환매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수급적 부담요인이 있다"면서도 "경기선인 120일, 200일 이동평균선 하회 가능성은 낮고, 1650~1670 구간의 기간 조정 가능성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초점] 코스피 1700선 안착이 어려운 이유

이어 그는 "프리어닝시즌이 시작되는 다음주 초반까지는 조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주가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관심이 점차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로 이동하고 있다"며 "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 1분기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IT(정보기술), 에너지 업종을 비롯해 경기소비재까지 전분기 대비 실적 전망치가 꾸준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