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상장 연기와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 등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주식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달 피합병법인 대주주의 지분매각 규제 완화로 투자심리가 돌아서는 듯 했지만, 취약한 투자자 기반 문제 때문에 다시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스팩 관계자들은 비상장법인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스팩의 경우 1년안에 합병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밥 신세' 스팩, 해법은?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대우증권스팩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스팩1호, 현대증권스팩1호 등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후 히든챔피언스팩1호까지 총 7개의 스팩이 상장 후 거래되고 있다.

지난 11일 상장된 히든챔피언스팩1호의 경우 스팩 사상 처음으로 최종 경쟁률이 0.66대 1을 기록, 공모청약이 미달됐다. 남은 공모물량은 주관사인 삼성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떠안아야 했다.

이에 앞서 교보·KTB스팩 대신증권그로쓰알파스팩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 등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과정에서 관심부족으로 상장 일정을 미룬 바 있다.

상장된 스팩들의 주가도 참담하기만 하다. 이날 오후 2시19분 현재 히든챔피언스팩 1호는 공모가인 2000원을 밑도는 191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우증권스팩은 공모가(3500원) 수준인 3515원을 기록 중이고, 동양밸류스팩우리스팩1호는 각각 9680원과 9520원으로 공모가인 1만원 회복에 힘겨운 모습이다.

신한스팩1호도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형성되고 있고, 미래에셋스팩1호와 현대증권스팩1호 정도만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스팩의 이같은 '찬밥 신세'는 취약한 투자자 기반 때문이다. 스팩의 주요 투자자는 KTB자산운용(8개, 총설정액 400억원)과 동부자산운용(8개, 370억원)의 스팩펀드와 저축은행 등이다. 이들도 최근에는 스팩에 대한 냉랭한 투자심리 때문에 공모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오려면 스팩의 경우 1년안에 합병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년 안에 합병 가능해야"

지난해 말 개정된 법인세법에 따르면 △합병등기일 현재 1년 이상 사업을 계속하던 내국법인 간의 합병 △피합병법인의 주주 등이 합병대가의 중 80%이상을 주식 등으로 받고, 합병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까지 그 주식 등을 보유할 경우 △합병법인이 합병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까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할 경우 등에 한해 합병대가에 대한 세제혜택(과세이연)을 해 준다.

이 외의 경우 피합병법인은 부동산과 설비 등의 장부가치가 시장가치로 환산되면서 생기는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합병시에 내야 한다. 이 문제 때문에 1년내 합병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법인의 합병이 이 세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기업인수가 목적인 스팩의 경우 이같은 규제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이 스팩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스팩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큰 기반인 스팩펀드의 경우도 개인들의 자금 유치에 애를 먹으면서 스팩에서 관심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들의 경우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를 바라면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스팩이 합병을 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합병 이슈가 활발하게 제기되면 지금과 같은 스팩 외면현상이 사라질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법인세 시행령 개정당시 이에 대한 건의도 들어와 있었다"며 "다만 합병요건에 대한 것은 시행령이 아니라 세법 자체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토사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의가 있으니 연말 세법 개정 고려시 검토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합병대상 선정에서부터 합병절차 완료까지 보통 1년 이상이 걸리는데 스팩만 예외로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합병된 회사의 최대주주가 3년 안에 지분을 매각하면 세제혜택(과세이연)을 받지 못한다는 조항에서 스팩은 제외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합병기업의 대주주는 보호예수기간(코스피 6개월, 코스닥 1년) 이후엔 세금부담 없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스팩의 본래 취지를 유명무실하게 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똑같은 의미에서 스팩의 1년내 합병 인가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